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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결혼 이민자가 행복한 나라
입력2007-08-26 16:38:02
수정
2007.08.26 16:38:02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혼혈인ㆍ결혼이민자’ 지원법이 심의되고 있다. 이런 법들이 잘 제정돼야 국내 결혼이민자 가족은 물론 하인즈 워드 같은 20만 해외 혼혈인들도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운 조국으로 생각하고 찾아올 것이다. 오늘날 엄밀한 의미에서 순수한 단일 혈통국가는 없다. 한민족은 자루처럼 생긴 한반도에서 수천년 동안 정착해 살다보니 동질성 있는 민족공동체가 됐지만 순혈민족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랜 역사 속에서 많은 다른 여러 민족의 유입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군신화에 의하면 한민족은 유목민족인 환웅족과 농경민족인 웅녀족이 결합해 형성됐다. 고고학적으로 6,000년 전 신석기시대에 서울 암사동에는 이미 세계적인 빗살무늬토기 문명이 형성돼 있었는데 일단의 청동기문명 집단이 한반도로 이주해 들어와 토착 집단과 융합돼 청동기문화를 기반으로 고조선을 건국한 것이다.
중국의 진(秦)에 이어 일어난 한(漢)에 의해 고조선이 멸망되자 고조선 유민들은 한반도에 들어와 고구려ㆍ백제ㆍ신라를 건국하게 됐는데 이때 북방의 여러 부족들도 한반도로 대거 진입하게 됐다. 삼국시대 이후에는 대규모 민족이동이 없었다. 다만 수(隋)ㆍ당(唐)ㆍ왜(倭) 등 많은 외부세력이 침략전쟁을 일으켰을 때 일부 외국인들도 함께 한반도에 들어왔다. 6ㆍ25전쟁 때는 UN 참전국들과 중국인들이 유입됐고 최근에는 국제결혼이 늘어나면서 결혼이민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가 지도층에도 외국인이 유입된 사례가 적지 않다. 유리왕의 부인 화희는 중국계였고 신라의 성골은 북방계, 석탈해는 일본계, 처용은 아랍계였고 백제의 온조는 부여계, 가야의 수로왕후 허황옥은 인도에서 바다를 건너 온 결혼이민자였다. 고려의 쌍기는 중국계, 충렬왕 이후 6대에 걸친 왕비는 몽골계였고 화산 이씨 시조 이용상은 베트남 왕자였다. 그리고 영친왕비 이방자여사와 이승만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도 결혼이민자들이었다.
유전학적으로 보면 지속적인 근친결혼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열성인자가 출현돼 예상치 못한 장애나 질병에 대한 면역성 약화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마다 동성동본 결혼을 금지하고 먼 지방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선호하는 관행이 생겼다. 과거 교통이 불편했던 때 고립된 지역에 살던 일부 에스키모와 유목민 사회에서는 멀리서 손님이 오면 주부가 잠자리 시중까지 드는 풍습이 있었다는데 이런 것은 모두 인류학적으로 해석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오랜 역사를 통해 한민족에게는 다양한 외부 민족의 피가 지속적으로 흘러 들어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민족은 문화적으로 하나의 공동체가 됐고 혈통적으로는 세계 여러 인종이 융합된 우수한 민족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한국이 세계 11대 경제대국이 되고 사회ㆍ문화ㆍ체육 등 각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선진국에 접근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이러한 우생학적 요인도 있지 않을까.
오늘날은 민족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세계화를 통한 사회의 개방과 국제가족의 융합이 필요한 시대다. 우리나라는 급변하는 사회변동 과정에서 도ㆍ농간 인구 배치의 불균형으로 농촌지역에서는 국제결혼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필연적이고 긍정적으로 해석할 부분도 없지 않다. 오히려 민족공동체를 보다 건강하게 하기 위한 인류학적 기재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혼 이민자들과 가족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고 편안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심의중인 법들을 신속히 제정하고 그밖에 필요한 보완책을 마련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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