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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녹색불에도 좌우를 살펴야


운전을 하다 보면 악천후를 종종 만나게 된다. 한여름의 폭우나 노면이 미끄러운 한겨울 같은 경우에는 20년 넘게 운전을 했지만 손에 땀이 나기도 한다. 이럴 때 제일 조심해야 하는 곳이 바로 교차로다. 녹색불이 들어오고 난 후에도 좌우를 살펴 확인을 하며 조심스레 출발해야 하는 것이 예기치 못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현명한 습관이다.

지난해 12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제 17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 결과를 보면서 한국은 지금 교차로에서 녹색불이 켜지자 마자 좌우를 살피지 않고 출발부터 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하게 된다.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1위인 중국, 2위인 미국, 3위인 인도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에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전세계가 모여 온실가스 감축 방향을 논의한 더반 회의 결과, 4위인 러시아, 5위인 일본, 8위인 캐나다가 의무국 지위를 되레 반납해 온실가스 배출량 10위 안에 있는 국가 중에서는 6위인 독일과 9위인 영국만 남게 됐다.

각 국의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글로벌 금융 위기라는 악천후의 여파로 국내 경기 부양 및 경제 활성화에 주력하느라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문제를 우선적으로 살펴볼 여력이 없어 보인다. 환경 문제도 중요한 이슈지만 이보다 먼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우선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와 같이 교차로에 서 있는 많은 국가들도 당초에는 녹색불이 들어오면 남들 보다 한발 앞서 출발하고자 그 자리에 서 있었지만, 악천후가 닥치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들은 좌우를 살피고 있는 것이리라.

우리나라는 오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 전망치 대비 30%를 감축하고자 2015년부터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자 한다. 이런 내용이 담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및 할당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12월 기후변화대응ㆍ녹색성장 특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 관련 정책ㆍ제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전지구적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녹색불이 켜졌으니 출발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이번 더반 총회에서 드러났듯이 국제사회에 비해 우리 정부는 조금 빠른 출발을 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어 이를 조심스럽게 걱정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금은 국제적인 기후변화협상 진행상황 및 각국의 녹색정책 추진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녹색불에도 출발 전 한 번 더 좌우를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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