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여년 라디오 DJ로 일세를 풍미했던 이종환(76ㆍ사진)씨가 30일 폐암으로 별세했다. 2011년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해왔던 그는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약 10일 전부터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지내왔다.
이씨는 '밤의 디스크쇼' '별이 빛나는 밤에' 등으로 청취자의 사랑을 받은 방송인이자 국내 포크음악의 산파 역할을 한 음악인이었다. 1964년 MBC 라디오 PD로 입사한 이씨는 1980년대 같은 방송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DJ로 활약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이종환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이종환의 음악살롱' '별이 빛나는 밤에' 등으로 활동을 이어갔다. 1996년에는 20년 동안 MBC 라디오를 진행한 DJ에게 주는 골든마우스상을 최초로 수상했다.
해박한 음악지식과 특유의 소탈한 입담으로 많은 청취자를 끌어모으며 김광한ㆍ김기덕과 함께 '3대 DJ'로 불리기도 했다. 방송인 최유라는 "내게는 아버지 같이 잘해주셨던 분이었다"며 "나와 같은 후배에게도 절대 함부로 대하지 않았던 선배"라고 고인을 회고했다.
'지금은 라디오 시대'를 이종환ㆍ최유라와 함께 시작한 정찬형 당시 PD(현 MBC 라디오국 부국장)는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위트와 유머가 풍부했다. 전달력뿐 아니라 리액션이 워낙 좋아서 재미있는 사연이 나오면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었다"며 "음악지식이 해박할 뿐 아니라 목소리 자체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1970년대 국내 포크음악의 산실 '쉘부르'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1973년 듀오 쉐그린(이태원ㆍ전언수)과 함께 종로 2가에 쉘부르를 연 이씨는 쉘부르가 음악인들의 터전으로 자리 잡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씨는 2002년 '지금은 라디오 시대'에서 자신을 비난한 글을 올린 청취자에게 폭언한 것을 계기로 프로그램을 그만뒀다. 이듬해 7월 '이종환의 음악살롱'에서는 음주 상태로 방송을 했다가 문제가 돼 물러났다. 다시 2005년 tbs FM '이종환의 마이웨이'로 방송에 복귀한 그는 지난해 11월 건강상의 이유로 방송에서 하차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장지는 충남 아산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성성례씨와 1남3녀(한열ㆍ효열ㆍ효선ㆍ정열씨)가 있다. 발인은 다음달 1일 오전6시30분이다. (02)2072-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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