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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칼럼]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하려면
입력2006-08-31 18:19:34
수정
2006.08.31 18:19:34
얼마 전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꼽은 세계 100개 대학 안에 우리나라 대학은 끼지 못했다. 분하지만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물론 평가 잣대에 따라 대학의 순위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 대학이 낄 공산은 극히 낮다.
먼저 우수대학 반열에 끼지 못한 이유를 따져보자. 우리나라 현대적 의미의 대학역사는 다른 나라 명문대와 비교할 때 매우 짧다. 일본 도쿄대학만 해도 이미 130년이 됐다. 우리는 일제시대 전문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한 전문학교가 있었으나 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은 경성제국대학 하나였고 이 대학은 주로 자기네 자녀들 교육을 위한 것이었다.
평준화 정책으로 자율성 침해
그러나 광복 후 각 지방에 국ㆍ사립대학교가 우후죽순처럼 섰다. 자격을 갖춘 교수인력은 태부족이어서 교육내용도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가운데 6ㆍ25동란이 일어났고 대부분 대학들은 전쟁 중 파괴됐다. 그 뒤 대학이 제구실을 하게 되기까지는 10여년이 걸렸다.
이를 고려할 때 우리 대학의 역사는 햇수로 쳐서 40년을 넘지 않는다. 대학의 질을 가늠하는 잣대는 교수 1인당 학생 수이다. 세계 명문대들은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10명 내외이지만 우리는 평균 1대 30~40명이다. 가장 여건이 좋다고 하는 몇몇 선도 대학도 20명을 넘는다.
대학의 경쟁력은 대학자율성 확보에 달려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대학평준화정책으로 인해 개별 대학들은 발전기회를 잃고 있다. 대학의 자율성은 먼저 학사행정의 자유와 자율적인 학생 선발에서 비롯되지만 우리네 대학들은 경직된 제도 때문에 그런 자율마저 침해되고 있다. 우리 대학의 재정형편은 또 어떤가. 최근 대학교육 여건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국립대학의 예산은 일본 대학의 5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며 미국 명문대학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격차가 크다. 이 같은 열약한 재원 때문에 내실 있는 교육과 연구지원에 필요한 인프라는 매우 취약하다.
영어로 하는 강의를 권장하는 대학 수가 늘고 있으나 그렇다고 대학의 경쟁력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외국인 저명교수를 영입하고 외국인 학생의 국내 대학 유학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대학도 세계화 물결을 타야 한다. 또 우수한 석사, 혹은 박사학위 소지자가 국내 대학이나 연구소에 남기보다 줄줄이 미국 등 선진국 명문대학으로 빠져나가는 오늘의 상황에서 우리 대학의 질을 논하는 것은 부질없다.
문제는 대학 안에도 있다. 근래 캠퍼스 내에 웅장하고 큰 신축 건물들이 늘고 있다. 만일 건축물의 크기ㆍ규모ㆍ외관 등이 대학평가 지표라면 우리나라 몇몇 대학은 단연 상위를 차지할 것이다. 반면 영국의 캠브리지나 옥스퍼드대학은 100개 대학 안에 끼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300년, 혹은 700년 이상 된 고루한 건물 안에서 질 좋은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매해 여러 명의 노벨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교육·연구 질 높이는데 투자를
건물을 새로 짓고 크기를 늘리는 것보다는 그에 드는 돈을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이는 데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마다 수많은 외국대학들과 학술교류협정을 맺었으나 실질적 교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또 경쟁적으로 캠퍼스를 확장하고, 혹은 제2ㆍ제3 캠퍼스 조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대학들도 있다.
건물을 짓고 캠퍼스 수를 늘릴 재원으로 외국대학들과의 학술교류 증진, 교수 1인당 학생비율의 감축, 우수 교수의 채용, 교수 연구지원 확대, 그리고 우수학생에 대한 생활비급 장학금 급여 등 세계 선두대학의 경영철학과 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만 해도 대학의 경쟁력은 커질 것이고 그런 대학은 세계화 100개 대학 반열에 오를 명예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점 대학경영자와 교수의 근본적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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