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영화를 보면 교감신경이 자극돼 나타나는 현상은 이렇다.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고 털이 곤두서며 손발이 차지고 식은 땀이 난다. 직접 자각하지는 못하지만 동공이 커지고 혈관이 수축되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오싹한 기분’이 들면 안색까지 창백해지고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되는 것이다. 다른 영화보다 호러 영화는 ‘공포’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감각을 건드리기 때문에 영상과 사운드는 훨씬 자극적이고 원초적일 수밖에 없다. 1984년 단편소설로 출간돼 수많은 독자를 흥분시킨 클라이브 바커의 ‘피의 책’이 호러영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14일 개봉)으로 재탄생했다. 원작 소설이 독자의 원초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탁월했다면, 영화는 피의 살육제를 눈앞에서 벌여 즉각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레온(브래들리 쿠퍼)은 뉴욕의 전도 유망한 사진 작가지만 유명 화랑에 자신의 사진이 전시될 기회를 얻지 못한다. 어느날 친구의 소개로 유명 아트 갤러리스트(브룩 쉴즈)를 만나 숨겨진 도시의 진짜 모습을 찍어오라는 말을 듣고 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한다. 레온은 어딘지 색다른 인상을 풍기는 마호가니(비니 존스)를 발견하고 그를 미행하기 시작한다. 마호가니는 도축장에서 일하는 덩치 큰 사내로 매일 새벽 2시6분 지하철을 타고 사람들을 관찰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레온은 명품 정장을 차려 입은 마호가니가 지하철에서 끔찍한 살육을 저지르는 장면을 카메라에 포착하는데….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제작한 프로듀서 톰 로젠버그는 “극장 좌석을 관객들의 땀으로 적시겠다”고 장담했다. 영화가 시작되면 그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이내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끔찍한 살인 장면들이 이어지는데 그치지 않는다. 감독은 지하철이라는 친숙한 공간을 공포의 도가니로 바꿔놓았다. 일본에서 미스터리 공포의 대가로 불리는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의 치밀하고 섬세한 연출력이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다만, 노약자나 임신부가 관람하기엔 지나치게 잔인하다는 점에 유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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