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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지닌 역사·지형 성격 재해석
■ 이응노의 집(고암 이응노 생가 기념관)
이응노의 집은 땅이 지닌 역사적, 지형적 성격과 흔적을 재해석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절제된 형태와 공간을 구현했다. 세장형의 주공간과 4개의 장방형 전시실, 그 사이의 전시홀은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전체적으로 기하학적 질서를 이루고 있다. 전시실 사이의 창은 집터의 근경, 들판의 중경 그리고 멀리 용봉산의 원경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무채색에 가까운 다섯 가지 물성, 즉 콘크리트ㆍ흙ㆍ나무ㆍ유리ㆍ금속이 각각의 장방형 덩어리의 외피ㆍ틈새ㆍ지붕을 감싸고 있어 건물을 자연의 일부로 인식하게 한다. 많은 공공건축물의 건립은 기획ㆍ설계ㆍ시공ㆍ운영의 주체와 과정이 분리돼 예산에 걸맞은 품격과 품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점에서 이응노의 집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제도적 한계와 지역 여건을 극복한 수준 높은 공공건축물로 앞으로 제도를 개선하는데 선례가 될 것이다.
새로운 캠퍼스 건축 유형 등 제시
■ 숭실대학교 학생회관
숭실대학교 학생회관은 정문과 캠퍼스의 중심부를 잇는 결절점이면서 운동장과 면하는 협소한 대지와 심한 경사지라는 어려운 조건을 안고 있다. 설계안은 방ㆍ복도ㆍ경사로로 구성된 단순한 공간조직이 운동장을 'ㄱ'자로 길게 감싸면서 12m의 단차를 자연스럽게 잇고 있다. 각층의 방들은 외부와 직접 연결돼 건축물 전체가 캠퍼스의 관류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전체 형태는 주변 맥락에 드러나지 않으며 오히려 측면과 배면에 있는 인접 건축물의 도입부처럼 인식된다. 심사위원회는 이러한 형태와 공간의 역발상 전략을 통해 다양한 활동과 만남을 담는 새로운 캠퍼스 건축 유형, 더 나아가 열린 도시건축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감한 시도와 실험을 수용한 대학 측의 태도와 협력, 꽉 짜인 예산 범위 안에서 이루어낸 완성도 높은 시공 또한 주목을 받았다.
편복도에 주거공간 효율적 배열
■ 문정동 보금자리주택
아파트와 단독주택으로 양분된 우리나라의 주거건축의 틈새를 다세대ㆍ다가구주택이 메우고 있다. 최근 지어지고 있는 대규모 도시형생활주택과 고층 장기전세주택은 부족한 주거문제를 해소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다세대ㆍ다가구주택을 대체할 새로운 건축 유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품질 높은 중층 중규모의 공공임대주택은 아파트 시대 이후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문정동 보금자리주택은 서울의 가장 보편적인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한 좁고 긴 대지에 지상 5층 임대주택으로 설계됐다. 상부의 4개 층에는 편복도에 33가구를 위한 주거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열하면서도, 길과 마주하는 2층에는 세탁실을, 1층 안쪽에는 주민공동시설을 배치했다. 외관은 내부공간과 단면이 밖으로 드러나도록 덩어리를 수평과 사선 방향으로 파내는 기법을 구사했다. 시공의 정밀도는 낮지만 저예산을 갖고 복잡한 진행 과정을 거치면서도 일정 수준에 근접한 공공주택으로 평가받았다.
정제·세련된 외피로 존재감 과시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서울의 심장부 세종로가 시작되는 지점에 서 있으면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건물의 상징성은 매우 크다. 해외 자본과 기술력으로 지어졌던 옛 건물을 새로운 박물관으로 바꾸는 재생 사업은 대규모 공공건축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설계팀은 기존의 구조와 모듈을 살리면서 새로운 용도에 맞게 공간을 더하거나 빼는 공간구성 전략을 취했다. 수직 방향의 반투명 유리와 수평 방향의 금속 띠가 상부를 구성하고, 석재가 하부를 감싸고 있는 이 건물은 과시적이지 않으면서도 정제되고 세련된 외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기계실을 가동하면서 그 위에 새로운 공간을 증축하는 시공의 어려움도 잘 풀어냈다. 건축사와 건설사의 소통과 협업이 쉽지 않은 일괄계약방식(턴키방식)으로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설계안이 시공에 훌륭히 반영되었다. 다만 전시설계와 건축설계가 하나의 개념으로 통합되지 못하고 분리되어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다.
중정 등 설치 열린 공간 만들어
■ 태평양제약 헬스케어사업장
공장 건축은 집과 더불어 근로자들이 가장 오랜 시간 머무르는 중요한 일상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기능과 효용만이 필요한 건물로 간주됐고, 이런 진부하고 반복적인 공장건물은 도시 주변의 산만한 풍경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태평양제약 헬스케어사업장의 설계안은 제조장ㆍ창고ㆍ연구시설ㆍ사무실 등의 단위 공간이 밀집됨으로써 폐쇄적 내부공간이 될 수밖에 없는 기존의 공장유형을 탈피했다. 격자형 구조 모듈을 따르면서도 1층에서는 주 복도를 건물의 외주부로 돌리면서 부분적으로 중정(中庭)과 접하게 하고, 관람용 복도를 내부에 관입시킴으로써 두텁지만 열린 공간조직을 만들어냈다. 2ㆍ3층에서는 건물을 네 개의 장방형 육면체로 나누고 다른 재료와 패턴을 입혔다.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와 담백한 재료, 정교한 마감을 결합한 이 건축물은 근로자의 일터인 공장건축의 수준을 끌어올린 우수한 선례로 평가됐다.
동서축 복도 따라 남북에 방 붙여
■ 에스엠원하우스
제주시의 구도심과 신제주의 중간에 자리한 이 주택은 동서축의 복도를 따라 남북에 방을 붙여 내외부 공간이 서로 관입하는 공간구성을 취하고 있다. 낮게 쌓은 제주 돌담은 집안과 밖의 영역을 구분하면서도 시각적으로 개방돼 있다. 새로운 주거 유형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흰색 스터코와 유리와 단정하게 마감한 외관은 주변의 풍경과 적절하게 공존하고 있다. 정체성이 모호한 형태와 재료로 덮인 주택들이 도시와 자연의 중간지대에 산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집은 개성을 지니면서도 질서 있는 도시 경관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폐교를 숙소 등 다목적 복합시설로
■ 청산도 느린섬 여행학교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와 건축사의 열정과 노력으로 폐교된 중학교를 숙소ㆍ체험관ㆍ식당 등 다목적 복합시설로 탈바꿈한 경우다. 느린 개념의 휴양공간을 제공하고 지역사회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내부 여러 켜의 중복도 결합 눈길
■ 충청남도 도본청 및 의회청사
대칭과 중심을 강조하는 고층형 공공청사 유형을 탈피해 청사를 저층형 본관과 별관ㆍ의회ㆍ문예회관으로 분산하고 땅과 데크ㆍ브리지와 유기적으로 연결하였다. 내부는 여러 켜의 중복도를 결합한 새로운 공간조직을 구현했다.
고통의 벽 등 통해 묻힌 역사 환기
■ 노근리 평화 기념관
150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학살된 노근리 사건의 현장 가까이에 세워진 기념관은 경사로, 지하층의 홀, 전시공간, 쌍굴다리를 은유화한 터널과 고통의 벽을 통해 관람객에게 묻힌 역사를 환기시키고 있다.
열대·아열대·지중해관 등으로 구성
■ 국립생태원 생태체험관
절성토를 최소화한 대지 위에 열대관ㆍ아열대관ㆍ지중해관ㆍ온대관ㆍ극지관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새로운 생태 교육장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정보 제공 박물관 기능 충실
■ 국립해양박물관
부산의 영도매립지 인공지반위에 건립된 해양박물관은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는 박물관의 본연의 기능뿐만 아니라 바다를 최고의 전시 대상으로 설정하고 모든 장소에서 접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필로티 공간으로 길의 연속성 살려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대학본부 서관
저층부를 관통하는 보행로는 대학로의 흐름을 대지안으로 유입하고 상부의 분절된 네 개의 덩어리는 주변의 스케일에 대응하고 있다. 대학로에 면한 붉은 벽돌 입면과 이를 떠받치는 필로티 공간은 길의 연속성을 훌륭하게 살렸다.
주변 풍경 훼손 안되게 'ㄷ'자 배치
■ 퇴촌면 근린생활시설
계곡과 6미터 도로 사이에 있는 대지의 형상을 따라 마당을 만들고, 주변의 풍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음식점ㆍ사무실ㆍ방갈로 등을 'ㄷ'자로 배치했다.
오피스빌딩·특급호텔 등으로 구성
■ 서울국제금융센터
최고 55층 3개 동 규모의 오피스빌딩과 1개 동의 특급 호텔, 지하의 대규모 쇼핑몰, 멀티플렉스, 엔터테인먼트센터로 구성된 서울국제금융센터는 여의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음으로써 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콘크리트 질감 유지 예산 줄여
■ 스타덤 엔터테인먼트사옥
독산동의 허름한 우시장 창고를 리모델링을 통해 신산업으로 떠오른 엔터테인먼트 사옥으로 훌륭하게 변신시켰다. 거친 콘크리트 질감을 그대로 살려 예산을 줄이면서도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창출한 현명한 설계안으로 평가받았다.
1층 로비·광장 연결 공공성 강조
■ 더 사랑의 교회
40m 도로에 면한 삼각형 대지 위에 2,000석의 예배당을 포함한 교회의 부속실을 수직적으로 차곡차곡 쌓아 신도시의 시각적 구심점이 되도록 했고, 1층 로비와 외부 광장을 연결하여 교회건축의 공간적 공공성을 강조했다.
전시주제별 3개 비정형 덩어리 결합
■ 여수 엑스포 아쿠아리움 아쿠아플라넷 여수
여수 엑스포 이후에도 존치하는 시설로 계획된 아쿠아플라넷은 3만4,000마리의 수중동물이 사는 국제 규모의 수족관을 설치했다. 선택 관람이 가능한 전시주제로 3개의 비정형 덩어리를 연결했고, 2층의 카페테리아와 수변 데크는 여수엑스포 단지 내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제주 자연경관 순응 학교단지 설계
■ 제주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 브랭섬홀 아시아
제주의 자연 경관에 순응하는 새로운 학교 단지로 계획됐다. 학교 건축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일자형 편복도를 탈피해 몇 개의 원형 교사동으로 분리하고 체육관과 기숙사 등 부대시설을 보행 인공데크로 연결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중심부 비워내고 코어 외주부에
■ 드래곤플라이 DMC 타워
중심부를 비워내고 코어(중심)을 외주부에 배치함으로써 일반적인 고층 오피스 건축의 중심-외주부 관계를 역전시켰다.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개폐를 할 수 있는 타공 패널이 4면을 감싸도록 했다. 새로운 방식의 외피 시스템과 저층부를 통해 외부공간을 중심부로 끌어들임으로써 기술과 공간 혁신을 시도한 것에 주목했다.
경사진 대지에 테라스형 건물 세워
■ 이화여자대학교 종합과학관 D동
두 건물 사이의 좁고 경사진 대지에 지하1층, 지상5층의 테라스형 건물을 끼워 넣었다. 출입구에서는 중복도로 시작해 배면에는 중정을 둔 편복도의 강의실과 실험실을 배치했다. 군더더기 없는 절제된 형태와 재료를 사용해 우수한 대학 건축물로 평가했다.
장식 배제… 고품격 재료로 마감
■ 혜초하우스
객실ㆍ복도ㆍ로비로 구성된 단순한 공간조직을 'ㄷ'자형으로 배치했고 일체의 장식을 배제하면서도 고품격의 재료와 디테일로 마감했다. 상부의 육중한 붉은 벽돌과 하부의 노출 콘크리트를 결합한 간결한 2단 구성의 혜초하우스는 근대주의 정신에 충실한 건축으로 평가됐다.
반사유리로 통일·변화감 등 추구
■ SBS 프리즘타워
제작 및 지원 사무실ㆍ스튜디오ㆍ공개스튜디오 등 성격과 규모가 다른 단위의 공간을 지하5층, 지상 17층의 단순한 입방체에 효율적으로 배치했고, 지상10층에서 지붕까지 개방된 중앙의 아트리움은 사무공간에 빛을 유입시키고 있다. 열린 사무공간과 닫힌 제작공간은 픽셀을 연상하는 반사유리와 알루미늄으로 마감해 통일감과 변화감을 추구했다.
두세대 거주 흥미로운 공간으로
■ 바라움
3m 고저차가 있는 단독주택지에 주인세대와 임대세대가 거주하는 세 동의 덩어리를 수평 수직으로 연결했다. 중심부에 계단과 복도를 따라 다채로운 내외부의 풍경이 펼쳐진다. 두 세대가 사는 흥미로운 공간 구성을 만든 것에 주목했다.
건물 최대한 낮춰 한강조망 공유
■ 라테라스 한남
한강을 내려다보이는 단독주택 3필지에 15가구가 거주하는 테라스형 공동주택으로 계획됐다.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하는 고급주택이지만 북측의 길에서 보행자들이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작은 공간을 확보하고, 건물을 최대한 낮춰 조망을 공유하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
북한강·앞산 수려한 풍광과 조화
■ 게스트하우스 리븐델
북한강과 앞산의 수려한 풍광을 마주하고 있는 수변에 세워진 주택으로, 필요에 따라 건물 전체를 게스트하우스로 대여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 역동적 형태의 노출 콘크리트 덩어리는 외부에서는 사방으로 교차하는 방향성을 드러내며 내부에서는 다양한 각도의 조망을 끌어들이는 장치로 구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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