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 개의 전 새누리당 의원총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가 끝나도 (거취와 관련한) 이야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의 말은 본회의 이후에도 그대로 지켜졌다. 유 원내대표는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이 새누리당 의원 대부분의 불참 속에 자동 폐기된 후에도 거취에 대해 입을 닫았다. 자신이 촉발시킨 국회법 개정안 사태가 해결되면 이를 명분으로 명예로운 사퇴를 할 것이라던 정치권의 예상을 뒤엎은 셈이다.
유 원내대표가 이날 거취를 밝히지 않았으나 정치권에선 그의 사퇴를 시간문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의총을 열어 거취를 의원들에게 묻더라도 임기가 절반 이상 남은 대통령과 원내대표 사이에 선택을 하라면 대통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김무성 대표가 이날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ㆍ청은 공동운명체이자 한 몸으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 새누리당의 성공”이라고 발언한 것 역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가 회의 직후 유 원내대표,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 본회의 의사일정 등에 대해 논의하고 나서 유 원내대표와 약 30분간 배석자 없이 만난 것도 유 원내대표에게 ‘명예로운 퇴진’을 설득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김 대표가 유 원내대표를 만나기 전에 회의 직후에는 서청원 최고위원 역시 유 원내대표를 독대하며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이 당 내홍을 막기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려달라는 의견을 유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는 분석이다.
유 원내대표가 결국 사퇴의사를 밝힌다면 시점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완료되는 본회의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는 추경 편성을 위해 열리는 7월 임시국회 일정에 대해 “야당과 만나서 조속히 결론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원내대표로서 의욕적인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추경 편성을 위한 협상에서 유 원내대표를 대체할 마땅한 원내사령탑이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란 점 역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친박과 비박(비박근혜) 간 갈등은 심화 될 전망이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사퇴 주장이 워낙 강경한 탓이다. 친박계는 “기다려줄 만큼 기다렸다”며 각종 모임 등을 통해 입장을 정리한 뒤 의총 소집이나 최고위원 동반 사퇴 등 초강수까지 둘 태세다. 맞서는 비박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가 자리를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을 하며, 추경 편성이 마무리되면 스스로 정리하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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