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더 이상 구제금융은 없다”고 최후 통첩을 보내자 세계금융시장의 심장부인 뉴욕 월가가 대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4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는 매각협상에 실패해 158년 역사의 간판을 내리고 청산절차를 밟게 됐다. 또 세계 1위 증권회사인 메릴린치는 94년의 역사를 접고 미 1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합병됐다. 아울러 미국 최대 보험사인 AIG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몰려 FRB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FRB는 리먼의 파산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긴급 유동성 지원 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했으며 JP모건ㆍ골드만삭스 등 월가 10개 대형 투자은행들은 700억달러의 협조융자 펀드를 조성, 자금난에 봉착한 금융기관에 긴급 유동성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FRB와 월가 은행들의 긴급 시장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리먼의 파산신청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단기적으로 작지 않은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우려된다. 리먼은 지난주 말 BoA 및 영국계 바클레이스와의 인수협상에 실패, 15일(현지시간) 중 파산보호를 신청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리먼 인수조건으로 미 재무부에 리먼의 모기지 관련 자산의 잠재적 부실에 대해 보증을 설 것을 요구했으나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이를 거부했다. 앞서 14일 오후 메릴린치는 리먼의 매각 실패에 따른 금융 쇼크를 우려해 BoA와 마라톤 협상을 끝에 전격적으로 합병에 합의했다. 두 회사는 이날 밤 긴급 이사회를 열어 BoA의 메릴린치 합병을 승인했다. BoA의 메릴린치 인수가격은 주당 29달러, 500억달러로 결정됐다. 이는 지난주 말 메릴린치의 마감가인 17.05달러에 70%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미국 최대 보험회사 AIG는 FRB에 400억달러의 브리지론 대출을 요청하고 주요 자산 매각 등 자구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FRB는 이날 밤 모기지 채권을 담보로 국채를 빌려주는 주는 ‘기한부 국채 임대대출(TLSF)‘ 규모를 1,750억달러에서 2,000억달러로 늘리고 담보 대상도 최고 등급에서 모든 투자등급 증권으로 확대했다. 또 ‘프라이머리딜러 대출(PDCF)’ 담보 대상에 주식도 포함하기로 했다. 벤 버냉키 의장은 성명에서 “담보 대상 확대는 금융기관을 보호하고 시장의 잠재적 위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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