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한은 아직 승부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약간 모자라는 형세이긴 하지만 아직 승부의 변수가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지극히 희미한 변수이긴 하지만 아직 뭔가가 남아 있다고 믿었다. 이세돌의 정교하지 못한 끝내기가 최철한의 희미한 희망에 불쏘시개를 제공하게 된다. 백50은 얼핏 보기에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중대한 실수였다. 이 수가 중대한 실수라는 사실을 인식하려면 판 전체를 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 우선 정답부터 말해야 다음의 설명이 가능할 듯하다. 정답은 백50으로 참고도1의 백1에 치중하는 것이다. 부작용 없이 확실하게 살려면 흑은 2로 웅크리고 살아야 한다. 그러면 백은 3과 5를 선수로 틀어막게 된다. 실전은 흑이 51의 왼쪽에 밀고나오는 수단이 남았는데 이 수단이 사전에 봉쇄된다는 것은 무려 4집의 차이가 있다. 아마추어 중급만 되어도 당장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참고도1의 흑2로 웅크릴 바보가 세상에 어디 있겠느냐며 참고도2의 흑2를 대안으로 제시할 것이다. 끝내기상으로는 당연히 그렇게 반발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승부의 변수가 개재되어 있다. 참고도2의 흑6까지는 필연인데 이렇게 진행되면 백이 A로 모는 수가 절대선수가 된다는 점이 포인트가 된다. 그곳이 선수가 되는 것이 확실하다면 흑에게는 희망의 불씨가 전혀 없다. 어째서 그러냐고? 그 이유는 다음 보에서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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