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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FTA 산업피해 제대로 보자
입력2008-01-20 16:47:50
수정
2008.01.20 16:47:50
경제단체들이 2월 임시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경제단체들은 국회와 여야 정당들을 잇달아 방문해 협정 비준의 당위성을 알리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미국과의 FTA 비준 및 이행으로 우리 경제의 선진화와 세계화를 앞당기고 경제적 실익을 확보해야 하며 비준이 늦어지게 되면 FTA 체결의 의미가 약화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원내 제1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을 포함한 정치권에서는 피해산업 대책수립을 전제로 경제단체장들의 요청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여기서 피해산업과 관련해서 3가지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 먼저 무역자유화로 인한 피해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둘째, 피해가 어느 정도 될 것인가. 셋째, 국내 대책은 어떤 상황인가.
일부에서는 피해가 없는 범위 내에서 무역개방을 주장하고 있고 정부의 개방정책에 따른 모든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합리적인 판단하에 이뤄진 무역개방도 무역보호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결정한 정책인데 보호로 인한 경제이익에 대해서는 눈감고 있으면서 개방피해에 대해서는 완벽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다.
더구나 FTA 피해는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고 특히 농업이 심각한 편이다. 그렇다면 농업피해가 어느 정도 될 것인가. 협정내용으로 보면 가장 피해가 우려되는 농업분야는 쇠고기와 오렌지가 될 것이고 나머지 농산물에 대해서는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칠레와의 FTA 과정에서 개방시 농업기반이 무너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한ㆍ칠레 FTA로 우리 농업이 타격을 입은 바는 없다.
농산물 중 밀ㆍ보리 등과 같이 국내외 생산물 간 질적 차이가 없는 농산물은 수입품으로 대체되지만 국산농산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품목의 경우 개방의 피해는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쇠고기가 대표적인 예다.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수입되면 우리 한우농가는 모두 망할 것이라는 주장이 농업계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하지만 농업 전문 연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의 FTA가 체결돼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이 허용될 경우 한우고기 가격은 연간 0.7% 정도 하락요인이 발생해 5년 후인 오는 2012년에는 현재보다 3.5% 떨어지고 2017년에는 7%, 2022년에는 10.6%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민단체의 주장과는 달리 한우 가격 하락폭이 10%에 그치는 것은 가격 고하와는 무관하게 한우쇠고기를 소비하는 소비자가 많고 쇠고기에 대한 관세가 장기간에 걸쳐 인하되도록 협상이 타결됐기 때문이다.
농업분야 전체 피해규모가 1조원 내외로 추정되지만 한미 FTA 이행을 대비한 농업분야 지원액은 24조원이다. 이쯤 되면 농업피해에 대한 대책을 문제삼아 한미 FTA를 반대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보면 반대론자들이 광우병을 한미 FTA 반대논리로 적극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반대론자들은 한미 FTA 저지를 위해 ‘미국산 쇠고기=광우병’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으나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소비자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소비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보면 의미 없는 수준의 광우병 위험을 과대하게 부풀리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진정 소비자를 생각하는 마음이라면 유통과정에서 광우병 위험부위(SRM)가 국산으로 둔갑되는 것을 방지하며 소비자에게 이를 합리적으로 공지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경쟁국가들은 한미 FTA 비준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FTA에 서명하고 유럽연합(EU)와 협상을 전개해나가자 일본ㆍ중국 등 많은 국가들이 대응책을 수립하고 있다. 그만큼 경제효과가 크다는 의미이다. 이미 검증된 한미 FTA 경제효과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이번 17대 국회가 비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선점효과를 활용하기 위해서 조기에 이행돼야 한다. FTA는 시간과의 싸움이며 몇 년 후 이행되면 경제효과는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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