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훈의 백84가 마지막 실수였다. 한상훈은 일단 이렇게 귀를 지켜놓고 중앙 방면의 뒷맛을 노릴 예정이었지만 흑에게 셔터 내리기의 수순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세돌이 겁냈던 코스는 백이 참고도1의 백1로 끊는 것이었다. 백7까지 최대한 실리를 확보해 버리면 미세한 계가바둑이었던 것이다. 흑99는 프로들이 탐내는 끝내기의 수순이지만 사실은 더 실속있는 마무리 수순이 있었다. 참고도2의 흑1로 젖혀 잇고 흑5로 벌렸으면 더 확실했다는 것이 이세돌의 감상이었다. 실전은 259수까지 진행되었지만 종반의 수순은 생략한다. “한마디로 졸전이었습니다.”(이세돌) 쌍방의 실수가 많았던 바둑이었다. 그러나 관전자들에게는 스릴이 넘쳤다. 이세돌은 1월 삼성화재배를 제패해 2억원을 삼키더니 2월에 LG배까지 거머쥐고 또 2억5,000만원을 챙겼다. 세계 랭킹이 정식으로 매겨지지는 않았지만 한ㆍ중ㆍ일의 고수들은 은연중에 이세돌이 랭킹 1위임을 인정하고 있다. 한편 한상훈은 이번 준우승으로 3단으로 자동 승단됐다. 이제 기자들의 관심사는 이세돌이 이창호의 상금기록을 깨느냐로 압축되었다. 이창호는 2001년 10억2,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90,96…85의 위. 93…85) 203수 이하 줄임 흑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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