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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6월 2일] 국제수지 불안하다

올해로 한국의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매년 평균 16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외환보유액도 대폭 늘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비교적 빠른 기간에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국제수지가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3년 동안 흑자규모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마침내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이래 5개월 연속 적자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경상수지 적자는 67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이 중 3분의2가 일반여행ㆍ유학ㆍ연수 등 여행수지 적자였다. 서비스 부문의 적자폭도 크게 확대됐다. 상품수지는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수입이 크게 늘었으나 수출도 증가하면서 흑자가 오히려 늘었다. 올 들어서 지속된 원화약세가 수출증가에 도움이 된 것 같다. 올 들어 원화는 미달러화에 대해서 약 10%가량 평가절하돼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약세통화인 미달러화에 대해서도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우리 경제의 취약한 펀더멘털을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원유 및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맞물려 원화약세는 인플레이션의 압력을 심화시키고 있다. 외환 당국은 지난주에 마침내 원화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종래와는 전혀 반대방향으로 정책이 선회한 것이다. 국제수지가 대규모 흑자일 때에는 지나친 원화강세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그러나 이제는 원화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달러를 대량으로 파는 외환시장 개입을 한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의 경상수지가 상당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단기간에 개선될 것 같지 않은 데 있다. 미달러화의 약세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도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도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해외여행ㆍ유학ㆍ해외소비 등이 계속 늘고 의료 및 기타 서비스 부문의 지출도 늘고 있다. 국내 서비스 부문이 낙후되고 경쟁력이 낮기 때문에 서비스수지 적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경상수지 적자만이 문제가 아니다. 올해부터는 자본수지 또한 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상품과 서비스의 대외거래에서 적자가 나더라도 안정적인 외국자본이 들어와서 균형을 유지한다면 국제수지는 안정적이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지속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동시의 흑자기조와 큰 폭의 원화절상 압력 등을 이유로 최근에 해외투자를 촉진하고 외환자유화를 조기에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정책 자체는 나무랄 일이 아니다. 정부의 외환규제 완화에 따라 우리나라의 해외투자는 늘고 외국인 직접투자와 증권투자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볼 때 올해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기록할 우려가 있어 국제수지가 불안하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변동성이 적고 안정적인 자금흐름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급작스러운 단기자본의 흐름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국제수지의 안정을 위해서 외국인직접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약 2,600억달러에 달한다. 외환위기 이전과는 비교가 않 될 만큼 우리 경제가 단기적 투기자금에 대해서 보호받는 듯 보인다. 그러나 외환보유액만 믿고 국제수지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부풀려진 외환보유액과 급증하는 유동성 자체가 거품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단기외채는 지난 2년 동안 두 배로 늘어 3,800억달러를 넘었다. 국제수지 적자 및 원화약세 지속, 단기외채 급증, 이런 증상은 무엇을 연상하게 하는가. 최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1997년 외환위기 직전과 유사한 위기징후가 나타난다는 경고가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단기투기성 자금이 아시아로 유입되면서 유동성을 크게 늘렸다. 늘어난 유동성은 부동산 등 실질자산 가치를 올리고 시장의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어떤 위기가 발생하면 아시아 전역으로 위기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 최근에 중국의 긴축정책,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움직임 및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 등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요인도 적지 않다. 역사는 반복한다. 외환위기도 다시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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