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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기업 'FTA 관세특혜' 돕는 멘토행정 펼것"

허용석 신임 관세청장<br>복잡한 원산지규정 컨설팅 전담팀 가동중<br>통관심사 최소화등 기업편익 최우선 제공<br>올해부터 찾아가는 모바일 세관서비스도


“국내 시계 수출업체가 한ㆍ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과 한ㆍ유럽 FTA만 잘 활용해도 원산지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같은 FTA 효과를 적극 활용해야 하는데 아직 우리 기업의 이해가 많이 부족합니다. FTA를 신수출성장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멘토 행정을 적극 펼쳐나가겠습니다.” 지난 10일 제23대 관세청장에 오른 허용석 청장은 취임 이후 국내 언론과의 첫 인터뷰인 본지와의 만남에서 FTA 관세특혜로 창출되는 새로운 부(富)의 기회를 고스란히 쓸어 담아 국내 수출 기업들에 돌려주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FTA 체결 국가별 복잡한 원산지 규정을 개별 기업이 파악하기는 힘든 만큼 관세청이 고품질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미 GM대우ㆍ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을 위한 전담 컨설팅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허 청장은 “한국에서 기업하려면 신(神)이 돼야 할 만큼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 역지사지의 접근으로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새 정부가 주창하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맞는 기업 친화적 관세행정으로 ‘원스톱ㆍ보이지 않는 세관’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허 청장은 “우리의 강점인 첨단 정보기술(IT)을 통관업무에 적극 결합하고 각종 검사기관을 단일창구로 묶는 방식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의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는 통관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관세행정은 기업과 여행객들이 언제, 어디에서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24시간 편의점’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존에 시도되지 않은 창조적 발상도 내놓았다. 허 청장은 “물품이 세관을 찾는 기존 개념을 탈피해 세관이 물품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모바일 세관’ 서비스를 올해부터 제공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아울러 골칫거리인 중국산 ‘짝퉁’ 제품의 국내 반입에 대해서는 “한ㆍ중ㆍ일 3국 간 상호 정보교류 체계인 ‘페이크 제로 프로젝트(fake zero project)’를 적극 활성화해 강력 대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전 분야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관세행정 역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데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합니다. 한 전직 재정경제부 장관께서 “우리나라에서 기업하려면 신이 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힘들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개인적으로 병원을 갈 때마다 ‘공공기관을 찾는 국민들도 이런 생각을 갖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40~50분을 기다려서 기껏 의사와 3분 만나기도 힘듭니다. 납세자나 기업이 세관에 왔다가 그냥 가면서 ‘헛걸음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정책 수요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현장에서 확인하겠습니다. -규제개혁과 무역 1조달러 시대에 대비한 고품질 관세행정의 구체적인 밑그림은 무엇인지요. ▦궁극적으로 최신 IT를 관세행정에 접목해 신속한 통관을 극대화하는 ‘유비쿼터스 세관(u-customs)’을 구현해야 합니다. 최신 위험관리 기법을 활용해 ‘족집게’처럼 불법부정 물품만을 선별, 적발하는 ‘보이지 않는 세관(invisible-customs)’이 그 요체입니다. 바코드처럼 물품을 건별로 체크하지 않고 모든 화물을 일괄 자동 인식하는 전자태그(RFID) 기술 등이 세부 실천방안입니다. 화물과 컨테이너에 RFID를 부착해 리더기를 통해 자동으로 화물정보를 인식, 반출입과 관련한 별도의 신고ㆍ확인절차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현장’에서는 기업이 체감하는 통관 지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세관이 있는 곳에서 통관하는 게 아니라 화물이 있는 곳에 세관이 찾아가는 ‘모바일’ 현장 통관체제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현재 세관과 검사장 간 이동거리가 10㎞ 이상인 검사장 비율이 전체의 54%에 달합니다. 무선 노트북을 휴대한 세관직원이 검사장소로 직접 찾아가 물품검사를 마치고 현장에서 즉시 통관절차를 완료하도록 하겠습니다. -FTA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대한 관세청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멘토 행정’을 펼쳐 기업을 도울 계획입니다. 일례로 FTA가 이미 체결돼 있는데도 그 활용도가 낮습니다. 국내 시계 수출기업의 경우 한ㆍ아세안 FTA와 한ㆍ유럽 FTA를 활용해 핵심 시계부품을 일본이 아닌 스위스에서 수입해 인도네시아에 수출할 경우 관세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한미 FTA의 최대 수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산업의 경우 최근 현대차와 GM대우가 이 같은 향후 위험에 대비하고자 관세청에 지원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관세청은 이를 위해 전담 TF를 만들어 이들 업체와 조인트 워킹그룹까지 조직했습니다. FTA별 복잡ㆍ다양한 원산지 규정을 자동차산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관세청이 적극 참여할 방침입니다. -개성공단 활성화 등 매년 급증하는 남북 간 교역도 관심사입니다. 관세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부분인데요. ▦이미 반출입 물품은 서류제출을 생략하고 검사비율을 50% 이상 축소했습니다. 개성공단 상시출입자에 대해 휴대품 신고서 제출도 생략하는 등 통관절차도 대폭 간소화했습니다. 조만간 도라산세관을 설치해 현장에서 반출입 신고가 가능하도록 원스톱 통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 농수산물 반입 문제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농수산물 밀수 단속을 하다 보면 이른바 ‘풍선효과’라는 게 나타납니다. 부산 지역에서 단속을 강화하면 인천ㆍ평택 등의 항으로 들어오는 식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항만 밀수 적발사례와 수법ㆍ동향 등을 상호 교류하고 밀수 가능성이 큰 농산물을 사전에 타기팅하는 밀수 동향 관리시스템으로 단속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습니다. -소위 ‘짝퉁’으로 불리는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에 대한 단속 문제는 여전히 골칫거리인데요. ▦삼성ㆍLG 등 국내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해외에서 우리나라 상표를 도용한 위조상품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위조상품이 우리나라로 밀수입되는 경우도 늘고 있어 큰일입니다. 위조상품의 위험성이 높은 요소인 우범 해외공급자ㆍ선적국ㆍ운송방법 등에 해당하는 물품이 수출입되는 것을 타기팅하는 ‘스파이더웹(spider-web)’ 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한ㆍ중ㆍ일 3국 간 상호 정보교류 체계인 ‘페이크 제로 프로젝트’도 크게 강화하겠습니다. -신임 청장으로서 관세청 조직관리의 방향과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한다면. ▦10일 취임사에서 ‘눈 내리는 소리까지 듣는다’는 뜻의 ‘청설(廳雪)’을 강조했습니다.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소리를 들어줄 것을 당부한 것이지요. 자기 창조적(self-creation) 조직으로 관세청을 만들겠습니다.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비움’과 ‘채움’이 유기적으로 선순환하도록 제 나름대로의 역할을 찾아나가겠습니다. 대담=이용웅 부국장 대우 경제부장 yyong@sed.co.kr
약력
▦1956년 서울 ▦덕수상고ㆍ연세대 경영학과 ▦행정고시 22회 ▦미국 밴더빌트대학원 경제학석사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장 ▦재경부 조세정책과장 ▦대통령정책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 ▦국세심판원 심판관 ▦재경부 세제총괄심의관 ▦재경부 조세정책국장 ▦재경부 세제실장 ▦제23대 관세청장

"세금의 달인이 왔다"
수출기업들 '희색'

세제실장 출신 관세청장
고품질 행정서비스로
'관세비용 최소화' 기대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서 모처럼 세제실장 출신의 관세청장이 출현하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도 희색이 만연하다.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앞으로 감각 있는 '세금의 달인'이 만들어갈 고품질 관세행정 서비스는 당장 '관세비용의 최소화'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경제권과의 동시다발적 FTA 체결이 가져올 전례 없는 막대한 원산지 특혜관세 혜택을 허용석 신임 청장이 과연 어떻게 풀어내 제공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업들은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청장 취임 후 언론과의 첫 인터뷰였던 본지와의 만남에서 허 청장은 이미 언급했듯 상당 시간을 FTA가 국내 수출 기업들에 가져올 '기회'에 방점을 찍는 데 할애했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기회가 이미 왔음에도 이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대학 2년 시절 일찌감치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을 딴 세제실장답게 그의 설명은 '숫자'로 정확히 제시됐다. 허 청장에 따르면 국내 한 토종 시계 수출기업의 경우 시계의 핵심부품인 '무브먼트(구동장치ㆍmovement)'를 일본이 아닌 스위스에서 수입하는 것만으로도 5%의 관세를 절약하게 된다. 이를 국내에서 생산해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면 추가로 10%의 관세 부담이 사라진다. 지난 2006년 9월 한ㆍ유럽 FTA와 2007년 한ㆍ아세안 FTA 체결로 개성공단이 역외가공 지역으로 인정되면서 이 업체가 개성공단에서 완성한 시계제품이 최대한 얻을 수 있는 무관세 혜택을 뽑아낸 계산법이다. 특히 2만6,000개의 부품이 사용되는 자동차산업에 대해 허 청장은 "현대차 등 완성차 업계가 대부분 내자(국내조달) 부품비율을 70% 이상 충족하고 있어 향후 한미 FTA 원산지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음에도 원산지 결정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 청장은 "순원가법(35%)이나 공제법(55%) 혹은 집적법(35%) 등의 기준을 선택해서 원산지 특혜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오는 2009년 한미 FTA가 발효된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안에 이를 검증,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업체별로 완료해야 한다"면서 걱정했다. 그는 "지난달 12일 GM대우에 이어 이달 5일 현대ㆍ기아차가 FTA 전문기관인 우리 청에 도움을 요청한 만큼 전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이들의 욕구에 최대한 부응하는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M대우의 경우 미국 GM 본사까지 나서 최근 관세청 TF에 이달 중 열릴 현지 콘퍼런스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세청에 매달리고 있다. 한편 23대 허 청장 외에도 세제실장에서 관세청장에 오른 사례는 김용진(12대ㆍ1993년) 전 청장, 강만수(14대ㆍ1995년) 기획재정부 장관, 이용섭(20대ㆍ2002년) 전 건설교통부 장관 등 쟁쟁한 인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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