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기장군에서 기장대로를 따라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직사각형 형태의 우뚝 솟은 주황색 건물을 만나게 된다. 부산ㆍ경남지역에서는 최대 규모로 꼽히는 동남권원자력병원이 그 주인공이다. 이 건물의 진입로로 들어서면 시원하게 펼쳐진 해송(海松)숲이 들어오는 이를 맞이한다. 보통 조경수는 건물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곳에서 만큼은 건물이 숲을 둘러싸 나무가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이 병원은 최초 구상단계부터 소나무숲에‘랜드마크’와 같은 기능을 부여하고 이를 중심으로 설계를 진행했다. 동시에 병원이라는 공간적 특수성에 걸맞게 건물 배치도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했다. 이 두 가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이 건물은 병동과 전면 건강검진센터를 해송숲을 중심으로 바깥쪽으로 휘게 구성했다. 이에 따라 외부에서 병원을 보면 해송과 건물이 어우러져 있는 것으로 보이고 내부에서도 숲을 조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이 건물은 주진입도로가 서쪽을 향하고 있어 설계상 어려움을 겪었다. 건물을 남향으로 지으면 출입로의 건물 방향이 엇갈려 ‘정면성’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동남권원자력병원은 결국 건물의 향을 남서향으로 설정해 정면성은 물론 공간적 효율성도 충족시킬 수 있었다. 이 병원은 기존 소나무숲을 보호하는 설계로 건축에도 스토리가 있음을 몸소 보여줬다. 생명을 존중하는 설계자의 의도가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의 설립 목적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셈이다.
설계자= 엄&이종합건축사사무소 이관표 시공자= 한진중공업 건축주= 재단법인 한국원자력의학원장 건물규모= 지하2층, 지상9층 대지면적= 7만3,082㎡ 건축면적= 1만2,421㎡ 연면적= 5만2,727㎡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