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저녁 6시 서울 연세대 음악대학 내 연습실. 첼리스트 조영창과 그의 제자 11명이 화음을 맞추고 있었다. 하이든의 '디베르티멘토'를 연습하던 중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 예술학교 교수인 드라간 조르데비치가 한 가지를 지적한다. "Thirty-seventh. I think we have to play crescendo here.(37번째 마디에요. 점점 세게 연주해야 할 것 같은데요.)" 제자의 말을 듣던 조영창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Actually, It's a good idea(그거 괜찮은 생각이네)" 연습 도중 제자들은 다양한 제안을 했고 변화는 곧 수용됐다. 지난 13일 상트 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 협연, 18일 화음 챔버오케스트라 연주에 이어 숨 돌릴 틈이 없는 강행군이지만 조영창 독일 에센 폴크방 국립음악원 교수는 조금도 지쳐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다시 제자들을 만나니 힘이 생기네요." 그는 3년 만에 제자들과 함께 12첼리스트 연주회를 선보인다. 국내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주를 위해 핀란드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 첼리스트인 토마스 일리넨, 독일 국립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활동 중인 세바스찬 헤네만 등 세계 각국의 제자들이 개별 연주회 일정을 취소하고 방한했다. 지난 10월 독일에서 3일 가량 제자들과 호흡을 맞춘 뒤 이 날 다시 연습을 재개한 조영창은 단 이틀 만에 하모니를 맞춰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모두 한 배에서 난 자식들 같으니까 통하는 게 있어요. 특별히 연습하라고 말도 안 해요. 맞춰 보면 희한하게 서로 마음이 맞는다니까요." 지난 7월 국내에서 베를린필의 12첼리스트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 바 있다. 부담이 되진 않을까? "거긴 특화된 첼리스트 앙상블이니 여러 면에서 장점이 있죠. 대신 우리에겐 한 가지 특징이 있잖아요. 같은 선생한테 배웠다는 거요. (웃음)" 유쾌함과 진중함이 함께 담긴 이 첼로 하모니는 에이즈 예방을 위한 후원 콘서트란 의미도 지니고 있다. 수익금은 에이즈 예방과 감염자 치료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연주할 곡은 베르디의 '아베마리아', 지미 핸드릭스의 '블루 헤이즈(Blue Haze)' 등이다. 29일 대전을 거쳐 '세계 에이즈의 날'인 12월 1일에는 경기도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연주를 하고 2일 서울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 콘서트홀에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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