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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게"… 신인왕 향한 '냉정한 고백'

신인왕 포인트 1위 백규정·2위 고진영, KLPGA 두 대회 남기고 이구동성

백규정/=연합뉴스

고진영/=연합뉴스


"여러 언니들과 동반 플레이하면서 차분하게 치는 것도 배웠고…. 선배들을 닮아가야죠."(백규정)

"옛날에는 좀 까부는 편이었는데 한 시즌 겪어보니 차분해야 할 필요를 많이 느꼈습니다."(고진영)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절친' 신인왕 라이벌 백규정(19·CJ오쇼핑)과 고진영(19·넵스). 같은 자리에서 인터뷰한 것도 아닌데 둘은 똑같이 '차분'이라는 말을 썼다.

KLPGA 투어는 지난 2일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을 끝으로 올 시즌 시드를 가진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는 풀 필드 대회 일정을 마쳤다. 남은 2개 대회에는 상금랭킹 상위 60명씩만 나갈 수 있다. 시즌 막바지를 맞아 한 시즌을 돌아보며 백규정은 "많은 일들이 있지 않았나. 남들이 3~4년 걸려 겪을 일들을 한 해에 다 겪었다"며 "진짜 올해는 많이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데뷔 시즌 3승이나 챙긴 백규정은 실력 외 논란에도 시달려야 했다. 한 대회에서 동반 플레이한 선수를 고의로 실격하게 했다는 말들이 돌았고 선배에게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었다.

데뷔를 앞둔 지난겨울 "카리스마 있는 선수, 여전사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다"던 백규정은 1년이 지난 지금은 "경쟁보다는 배우고 닮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때의 생각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국내 투어 언니들뿐 아니라 일본에서 뛰는 선배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들과도 쳐봤잖아요. 그분들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차분하게 치는 것도 많이 배우고…. 선배들을 닮아가야겠다는 마음이 커요." 고진영도 "프로에 와서 성인으로서 차분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된 데뷔 시즌"이라고 돌아봤다. 고진영은 후원사가 주최한 대회인 8월 넵스 마스터피스에서 거둔 1승이 있다.



둘은 아마추어 때부터 나란히 국가대표로 활약해온 단짝이다. 프로에 와서도 언제 어디든 붙어 다닌다. 가족끼리도 모두 친해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 고진영은 "경쟁구도가 심한 프로에 올라오면 신인들은 의지할 곳이 많지 않다. 동갑인 (김)민선이까지 프로에 같이 오면서 더 친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런 절친끼리 신인왕을 다투고 있다. 4일 현재 백규정이 신인왕 포인트 2,162점으로 1위, 2,138점의 고진영이 2위다. 불과 24점 차. 지난 시즌 김효주(19·롯데), 전인지(20·하이트진로)의 경쟁보다 더 뜨겁다. 19점 차였다가 직전 대회인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백규정이 단독 3위(95점), 고진영이 공동 4위(90점)에 오르면서 격차가 조금 더 벌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초박빙이다. 신인왕 포인트는 우승자에게 190점, 준우승자에게 100점 등 차등으로 주어진다.

서울경제 대회 마지막 날 같은 조에서 경기한 백규정과 고진영은 갑자기 낮아진 기온과 강풍 속에서도 각각 2오버파, 3오버파로 선방하며 마지막까지 우승경쟁을 펼쳤다. 정교한 쇼트게임을 위해 웨지를 4개(46·50·54·60도)나 쓰는 고진영은 최근 박인비(26·KB금융그룹)에게 배웠다는 기술까지 장착해 중거리 퍼트를 쏙쏙 집어넣었고 백규정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한 뼘 거리에 떨어뜨릴 정도로 끝까지 선두를 위협했다. 다음 대회는 오는 7~9일 롯데스카이힐김해CC에서 열릴 ADT캡스 챔피언십. 백규정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인왕 타이틀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시즌 종료 시점이 다가오니 둘 다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했다. 고진영도 "대회가 얼마 안 남고 격차도 좁다 보니 심적으로 급해지는 것은 분명히 있다. 플레이도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둘은 그러나 만나면 신인왕에 대한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둘 다 먹는 것을 좋아해 음식 얘기뿐이란다.

올 시즌을 마치면 백규정은 주로 LPGA 투어에서 뛰게 된다. 국내에서 열린 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 우승으로 시드를 받았다. 고진영도 미국 진출 목표가 있다. "미국 몇 개 대회에 초청 받아 어떤 무대인지 느껴보고 그 뒤에 진출을 생각하고 싶다"고 했다. 미국 메이저대회에 초청 받으려면 US 여자오픈의 경우 상금순위 5위 안에 들어야 한다. 현재 상금 8위인 고진영이 남은 2개 대회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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