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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FTA 로드맵의 허와 실
입력2004-12-08 17:07:44
수정
2004.12.08 17:07:44
김영한<성대교수·경제학>
범세계적인 지역주의 무역협정의 흐름에서 낙오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했던 우리나라의 자유무역협정(FTA)정책은 올들어 한ㆍ칠레 FTA발효, 한ㆍ싱가포르 FTA합의, 한일 FTA협상의 진전 등 구체적 성과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최근 우리 정부가 밝히고 있는 FTA 로드맵에 의하면 궁극적으로는 거대 선진경제권과의 FTA 체결을 목표로 하고 단기적으로는 한일 FTA를, 중기 목표로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유럽자유무역연합(EFTA)ㆍ캐나다ㆍ멕시코 등과의 FTA를, 장기적으로는 중국ㆍ미국ㆍ인도ㆍ유럽연합(EU) 등과의 FTA를 추진한다는 정책방향을 설정해놓고 있다. 즉 여러 나라와의 FTA를 추진한다는 차원에서 동시다발적 FTA란 용어가 사용되지만 현실에서는 일본을 선두로 한 순차적 FTA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한편 상대국의 체결 의사 등을 중심으로 설정된 정부의 FTA 로드맵이 오히려 ‘대외 부문에서의 경제성장 동력 확보’ 및 ‘한국산업구조의 고부가가치화’라는 정책목표와는 상반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정책 경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FTA를 통한 경제적 이익의 원천은 추가적인 시장접근 기회 확보를 통한 단기적인 후생증대와 함께 동태적으로 자유무역의 결과, 비교우위 부문으로의 특화를 통한 산업구조조정에 따른 경제적 효율성 제고이다.
정부가 설정한 FTA 로드맵에 따르면 FTA의 체결 건수는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나 실질적인 시장접근 기회 확대 및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산업구조조정에는 바람직한 접근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의 정부 FTA 로드맵에 나타난 문제점과 그 대안들을 차분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정부는 선진거대경제권의 FTA를 궁극적인 FTA 전략으로 설정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1.7%, 일본의 공산품 평균 관세율은 0.7%로 대부분의 선진거대경제권은 이미 자유무역을 하고 있는 국가들로서 이들과의 FTA체결을 통한 추가적인 시장접근 기회는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반면 중국ㆍ멕시코ㆍASEANㆍ인도 등의 국가들과의 FTA체결은 최고 29% 이상의 관세율 인하를 통한 실질적 시장접근 기회 확대 효과를 가져오는 만큼 단순시장 규모 차원의 거대시장과 FTA를 통한 실질적 시장접근 기회 확보 차원의 거대시장을 혼돈해서는 안될 것이다.
둘째, FTA를 통한 동태적 산업구조조정 효과는 다자주의 시장개방에 따른 시장개방과는 전혀 달라 비교우위구조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한일 FTA가 먼저 체결된 후 한중 FTA 및 한ㆍASEAN FTA가 발효되기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될 경우 한국산업구조는 일본에 대한 비교우위 부문, 즉 저부가가치 생산공정에 특화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우리 산업구조의 왜곡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인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우리가 기술적 비교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중국과 ASEAN 등의 상대국과의 FTA를 서둘러 한일 FTA와의 시간적 간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셋째, FTA정책은 결국 산업구조조정정책인 만큼 국내 산업구조조정을 위한 사회적ㆍ정책적 합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특히 한중 FTA 등 우리에게 국가적 실익을 제공하는 FTA를 위해서는 단순농업 등 저부가가치 업종을 고부가가치 농업 및 기술집약적 업종으로 전환하는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체계적 정책제시 및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정부가 구성한 대외경제위원회의 산업구조조정 재원조성 등의 기능을 더욱 확대하고 FTA정책 조정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늘려 사회적 합의 도출과 구조조정정책 시그널을 동시에 제공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FTA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FTA효과 분석결과가 객관성과 개연성을 크게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기존 대다수의 FTA효과 분석이 근거하고 있는 연산가능일반균형(CGE)모형의 계수(coefficient)가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및 산업 부문별 특성을 반영한 계수가 아니라 미국 통계에 근거해 작성된 계수를 그대로 원용하고 있다는 치명적 한계이다.
이러한 무모한 추정치에 근거한 정책 논의가 갖는 위험성을 고려해 지금부터라도 객관성을 갖춘 정책연구를 위해 관련 연구기관과 학계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FTA정책 논의가 추상적 논의를 넘어서 객관적 분석결과에 기초해 산업정책적 차원에서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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