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데스크칼럼/8월 7일] 천리마는 공들여야 얻는다
입력2009-08-06 18:07:51
수정
2009.08.06 18:07:51
SetSectionName();
[데스크칼럼/8월 7일] 천리마는 공들여야 얻는다
고진갑(금융부장) go@sed.co.kr
옛날 어떤 군주가 천리마를 구하려고 애썼으나 몇 년이 지나도록 구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한 내시가 오백금을 들여 천리마 해골(머리)을 사가지고 와 군주에게 올렸다. 군주가 화를 벌컥 내며 질책하자 그는 “죽은 말도 오백금을 들여 사는데 하물며 살아 있는 말은 어떻겠습니까. 세상 사람들은 군주가 진정으로 천리마를 구하고 있다고 여기지 않겠습니까. 군주께서 구하시는 천리마는 곧 당도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반년 후 그 군주는 세필의 천리마를 얻었다는 후문이 있다.
성공은 실패를 먹고 자라나
이 말에서 유래된 중국 고사가 ‘천금매골(千金買骨)’이다. ‘시골(市骨)’ 또는 ‘매사마골(買死馬骨)’이라고도 하는 이 고사는 귀중한 것을 손에 넣으려면 먼저 공들여야 함을 뜻한다. 또 아무 노력 없이 좋은 결과만 원하는 사람들의 나쁜 태도를 경계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요즘 우리사회를 보면 노력하지 않고 천리마를 얻으려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 큰 소리치고 무엇인가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혼신의 힘을 다한 사람들이 상처를 입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어서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자. 예금보험공사가 지난 2006~2007년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투자손실과 관련, 우리은행 전ㆍ현직 최고경영자들의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꼭 이 같은 모양새다. 이번 결정은 황영기 전 회장(KB금융지주 회장)의 중징계 여부에 관심이 쏠리지만 징계가 객관적인 것인가에 대해서는 뒷말이 많다.
과연 황 회장에 대한 징계가 옳은 것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가당치도 않은 얘기다. 그 이유는 우선 재임 중 경영성과를 배제한 채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현재의 결과적 손실만 가지고 책임만 묻는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시계를 되돌려 보자. 황 회장 재임 3년간 우리은행의 연평균 수익은 1조6,000억원에 달했다. 그 전 같은 기간(9,400억원)과 비교하면 80%가량 늘어난 실적이다. 파생상품 투자로 인한 손실을 감안해도 막대한 수익을 올려줬다. 재임기간 중 잘한 것(이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못한 것(손실)만 탓한다면 어느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
물론 투자결정 과정에서 명백한 잘못이 있었다면 책임을 물어도 된다. 그러나 이것 역시 설득력이 없다. 당시 국내 은행들의 생존화두가 ‘IB(투자은행)’였고 이것이 미래 먹거리라고 생각했다. 정부도 서브프라임 위기가 본격화하기 전까지 IB가 살길이라며 금융기관을 독려하며 해외투자를 장려했다. 그래서 국책은행을 포함한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앞 다퉈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결과는 우리은행처럼 모두가 거액을 잃었다.
최초 투자 시점의 최고경영자를 징계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첫 투자의 책임자가 자리에 물러난 뒤에는 투자손실이 생기지 않도록 계속 관리할 권한이나 의무가 없어서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느 누구도 움직일 리 없다. ‘잘하면 본전, 못하면 죽일 놈’ 취급을 한다면 아무리 강심장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머뭇거리게 마련이다.
그러니 잘해보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결과만 따져서 책임 물어선 안돼
돌이켜보면 우리를 둘러싼 경제환경은 언제나 녹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들이 투자를 늘렸고 황영기 전 회장과 같은 진취적인 사람들이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졌다. 그 결과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은 투자다. 무엇보다 금융위기 이후 천리마를 얻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뿐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도 늘려야 한다. 명심해야 할 것은 투자에는 언제나 리스크가 따른다는 사실이다. 위험 감내 없이 ‘경제강국’ ‘금융선진국’이 되라고 주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