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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 한복판‘총기난사’최소 13명 사망

숨진 용의자는 30대 군 하청업체 직원…공범 추적ㆍ도심경비 강화</br>“일자리 불만 때문일 수도…테러가능성도 배제못해”…오바마 “비겁한 행동”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해군 복합단지(네이비 야드) 내 한 사령부 건물에서 16일(현지시간) 오전 총기난사 사건으로 최소 13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미국 국방부와 해군,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0분께 워싱턴DC 내 해군체계사령부(NAVSE) 건물에서 30대의 흑인 용의자가 식당과 홀에 있던 직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해 1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워싱턴DC의 빈센트 그레이 워싱턴 시장과 경찰 당국은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에서 “숨진 용의자 1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집계된 총 사망자는 13명”이라고 확인했다. 부상자는 최소 4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용의자는 텍사스주(州) 포트워스 태생의 해군 상근 예비역 출신으로 IT기업인 HP의 군 하청업체 직원으로 근무하던 에런 알렉시스(34)로 확인됐다. 그는 경찰과의 교전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은 군복과 비슷한 짙은 녹색의 옷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두 번째 용의자를 추적중이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현장은 의회 의사당에서 1.1㎞, 백악관에서 5.6㎞ 떨어진 도심 인근인데다 9·11테러 12주년이 막 지난 시점이어서 워싱턴 일대 주민들은 또다시 ‘테러 공포’에 떨고 있다.

◇ 최소 13명 사망…중상 3명

사건 초기 현지 언론들은 수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망자 수는 급격하게 늘었다.

그레이 시장과 캐시 레이니어 워싱턴DC 메트로폴리탄 경찰국장은 이날 오후 언론브리핑에서 “숨진 용의자 1명을 포함해 최소 13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부상자도 중상자 3명을 포함해 최소 4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한 괴한이 복합단지 내 197번 건물에 있는 식당 위층에서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으며 또다른 괴한은 다른 층의 복도에서 총을 쐈다고 증언했으나 이들이 동일 인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곳에서 일하는 토니 브런디지 씨는 3층 복도에서 온통 푸른색 옷을 입은 한 무장괴한과 마주쳤다면서 “그는 갑자기 돌아서더니 총을 마구 쏴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동료인 릭 메이슨 씨는 괴한이 4층에서 자신이 일하는 사무실 밖 복도를 향해 총을 쐈다고 전한 뒤 자신의 사무실에 오기 위해서는 다중 보안장치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내부인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2009년 미국 태생의 이슬람교도인 니달 하산이 포트후드 기지에서 총기를 난사해 13명을 숨지게 하고 30명 이상을 다치게 한 사건 이후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 숨진 용의자는 군 하청업체 직원…공범숫자 확인안돼

숨진 용의자인 알렉시스는 2007년부터 해군에서 상근 예비역으로 근무한 뒤 2011년 1월 말 하사관으로 전역, HP 자회사인 ‘HP 엔터프라이즈 서비스(Enterprise Services)’의 국방관련 하청업체인 ‘더 엑스퍼츠(The Experts)’ 직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해외복무 경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P는 “해당 하청업체는 미국 해군 및 해병대용 인트라넷에 쓰이는 장비를 개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들은 숨진 용의자의 범행 동기 등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일자리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과 함께 테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그레이 시장도 “테러공격으로 의심할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그러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알렉시스가 2004년 5월 시애틀에서 주차된 차량의 뒷바퀴 타이어에 세차례 총격을 가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당시 그는 피해자들이 자신을 경멸하는데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고, 법원은 피해자들과 접촉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풀어줬다.

경찰은 사건 직후 군복 차림으로 무기를 갖고 있는 2명의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면서 인근 주민들에게 집이나 안전한 곳에 머물 것을 당부했다.

경찰은 그러나 오후 늦게 2명의 용의자 가운데 1명은 신원이 확인돼 혐의를 벗었다고 확인하고, 군복 양식의 짙은 녹색 옷을 입은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 도심 경비 강화…출근길 시민 대혼란

이날 사건은 9·11테러 발생 12주년에 즈음해 미국 주요 도시의 치안이 강화된 상태에서 수도의 군 시설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미국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 직후 연방수사국(FBI)이 즉각 조사에 나섰으며, 보스턴 마라톤대회 테러 사건을 담당했던 법무부 산하 주류·담배·화기단속국(ATF) 전문가들도 현장에 급파됐다.

월요일 출근시간대 워싱턴DC 동남지역 일대의 교통이 완전히 통제됐고, 인근 연방의회 의사당에는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펜타곤 등 공공건물의 경비가 대폭 강화됐으며 특히 워싱턴DC 내 레이건공항의 항공기 이륙도 한때 금지됐다.

해군체계사령부는 출근 전인 직원들에게 집에서 대기할 것을 지시했으며, 주변 학교에는 임시 휴교령이 내려졌다.

이날 저녁 해군체계사령부 인근 경기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워싱턴 내셔널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프로야구 경기는 연기됐다.

◇ 오바마 “비겁한 행동” 비난

이번 사건으로 사망자가 13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자 백악관과 의회는 애도의 뜻으로 조기를 게양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글로벌 금융위기 5주년을 맞아 백악관에서 한 연설에서 총격 사건을 “비겁한 행동”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또다시 총격에 의한 대량살상 사건에 직면했다”면서 희생자와 유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고 “이런 비겁한 행동을 한 사람이 누구든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모든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리사 모나코 국가안보 및 대테러 보좌관과 앨리사 매스트로모나코 비서실 차장 등으로부터 총격 사건에 대해 실시간 보고를 받았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등 국방부 및 군 최고 지휘관들도 상황을 점검했으며, 관계 당국은 긴급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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