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그 역할이다. 박 당선인이 구상하는 국민 행복과 '다시 잘살아보세'가 현실로 나타나려면 인수위원들은 공약의 검증과 우선순위를 짜는 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대선 공약 중에는 취지는 좋지만 야당과 경쟁을 의식해 형평성, 예산 낭비, 재원 조달의 지속 가능성 등에 문제가 예상되는 공약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0~5세 영유아 보육료ㆍ양육수당 전계층 지원, 4대 중증질환(암ㆍ심장ㆍ뇌혈관ㆍ희귀난치성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기초연금 지급, 가계부채 경감을 위한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 조성 등이 대표적 사례다.
건강보험 적용대상이 아닌 선택진료비(특진비)와 약품ㆍ검사비를 국가 재정에서 부담하는 방안은 형평성 시비를 야기하고 퍼주기식 복지가 되기 십상이다. 까다로운 건보 적용기준 때문에 '무늬만 100% 국가ㆍ건보 부담'이 되거나 재정부담이 예상치(2017년 2조1,000억원)를 훨씬 웃돌아 세금ㆍ건보료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월 9만7,000원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을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주는 기초연금으로 전환하면 첫해에만 연간 9조원가량이 더 든다.
그래서 재원 중 상당 부분을 세금이 아닌 건강보험ㆍ국민연금에 떠넘길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공약은 대국민 사기극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짙어진다.
인수위의 임무는 막중하다. 정부부처의 어느 공무원이 예산부담을 우려해 공약의 과감한 포기를 건의할 수 있을까. 국회마저 제 몫 챙기기에 급급한 이때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기구는 인수위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기해야 할 공약을 정하는 힘도 인수위 외에는 없다. 박근혜 정부가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인수위 활동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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