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영화 '레 미제라블'은 500만여 관객을 불러모으며 인기몰이하고 있고 원전인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또 김연아 선수도 레 미제라블 음악을 배경으로 4분 안에 그 감동을 압축해 보여주기도 했다.
영화로 돌아가자. 솔직히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큰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뮤지컬과 소설을 먼저 경험한 기대지평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이는 뮤지컬을 영상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 그리고 원작을 단순하게 잘 꾸며 놓았다는 생각에서다.
기억에 남는 토종 작품 없어 아쉬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숨소리에서 다양한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 스토리 흐름을 충실히 따라가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 시대적 상황에 대입해 비장함을 느끼며 감동을 받는 사람, 뮤지컬에 익숙하지 않아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사람 등 이 영화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해줬다.
뮤지컬을 만든 카메론 매킨토시가 제작에 참여한 이 영화는 영상으로 옮겨지면서 관객에게 조금 더 세심하게 다가서려 했다. 중요한 뮤지컬 넘버에서는 클로즈업을 통해 감동을 극대화했는데 앤 해서웨이(판틴 역)가 부른 '아이 드림드 어 드림(I dreamed dream)'에서 드러나듯이 아픔과 희망이 그의 처연한 목소리와 얼굴에서 그대로 드러나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몸으로 노래 부르는 뮤지컬에 비해 이러한 영화적 기법은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라 일컬어지는 바탕이 됐다. 또 동시녹음을 통해 그 감동을 생생하게 전달해 관객과 함께 호흡을 하는 연결고리가 됐다.
레 미제라블의 여러 현상을 보면서 우리에게는 왜 이런 뮤지컬이나 뮤지컬 영화가 없는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현재 공연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전석 매진으로 누적 관객 100만명을 넘은 사례처럼 오리지널ㆍ라이선스 뮤지컬은 넘쳐나지만 창작 뮤지컬로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는지 아쉽다.
아무래도 뮤지컬이 문화산업으로 거듭나기에 자본의 문제 등으로 아직 우리 뮤지컬이 우뚝 서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먼저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이다. 성공한 뮤지컬은 막을 내린 후 집에 돌아가며 뮤지컬 넘버 하나를 흥얼거리게 만들어야 한다. '캣츠'의 '메모리', '레 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랫소리가 들리는가'처럼 강렬하면서도 주제를 담아 뮤지컬 내내 변주돼 세뇌시키는 음악이 있었는가 반성해볼 부분이다.
강렬한 음악·다양한 소재 개발 필요
두 번째, 우리 뮤지컬은 로맨틱 장르에 치중하다 보니 가벼운 소재에 머무는 한계를 보인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무언가 관객이 일상과 겹치는 스토리텔링이 부족해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는 작품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올해도 많은 창작 뮤지컬이 준비 중에 있다. 김광석의 노래를 모티프로 한 '그날들', 여성 국극의 대표적인 인물 임춘앵을 다룬 '스타춘앵(가제)', 드라마로 인기 높았던 '해를 품은 달', 한국 뮤지컬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살짜기 옵서예'등이다. 이들이 우리의 눈과 귀와 입을 어떻게 즐겁게 해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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