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도 ‘전문 컨설팅’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하는 사회. 의사ㆍ변호사 등 전문직 미혼 남녀는 한우처럼 등급을 갈러 끼리끼리 맺어줘야 영원한 행복을 보장할 수 있다고 은근히 부추기는 일부 결혼 정보업체들. 돈이 최고의 선(善)으로 찬양 받는 요즘 ‘사랑을 금전과 바꿀 수 없다’는 말은 이제 현실이 아닌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것일까. 남녀간의 낭만적 사랑을 얘기했다가는 세상물정 모른다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지만 영화와 드라마 속에선 마법과 같은 사랑이 아직도 건재하기만 하다. 3명의 남자들 사이에서 진정한 로맨스를 찾기 위해 하룻밤 동안 해프닝을 벌이는 영국식 로맨틱 코미디 ‘미스 페티그루…’ 역시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되묻는다. 영화는 20세기 초 영국에서 출간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2차 세계대전을 앞둔 1939년 영국의 런던. 목사의 딸로 매우 보수적인 미스 페티그루(프랜시스 맥도먼드)는 고지식한 성격 탓에 번번히 직장을 잃고 어려운 처지에 빠진다. 우연한 기회에 클럽 가수이자 연기 지망생인 라포스(에이미 아담스)의 개인 비서로 일하게 된다. 라포스 덕에 화려한 런던의 사교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페티그루는 주변 사람들에게 독특한 매력으로 인기를 얻게 된다. 그녀는 그러나 라포스가 가난한 음악가 마이크(리 페이스)를 버리고 돈 많은 꽃 미남 필(톰 페인)과 클럽 주인 닉(마크 스트롱)의 품에서 편안한 삶을 꿈꾸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페티그루는 말썽쟁이인 라포스를 바꾸기 시작하는데….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와 영국식 코미디는 어딘가 모르게 다르다. 딱딱한 영국 억양과 절제된 배우들의 연기 뿐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까지 이들은 이란성 쌍둥이처럼 닮은 구석이 많지 않은 듯 싶다. ‘러브 액추얼리’ ‘노팅힐’과 같은 작품이 ‘섹스 앤 더 시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과 같은 느낌을 준다고 말해본들 누가 동의하겠는가. 1930년대 영국의 상류층이 거주하는 펜트하우스와 고급 패션쇼 등이 눈길을 끈다. 영화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전쟁의 아픔과 상처를 이야기하는 바랫 낼러리 감독의 연출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10월 2일 개봉 12세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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