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몽 단테스. 문호 알렉상드르 뒤마가 지은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주인공인 그의 복수에 독자의 속이 다 시원하다. 그런데 그의 앙갚음은 합법적일까. 적어도 한 대목에서는 위법이다. 은행가로 성장해 남작 작위까지 받은 원수 당그라드를 파산시킬 때 동원한 수단이 비합법적이다. 근대 통신의 전신인 '클로드 샤프'를 운영하는 전신국 직원을 매수해 헛 정보를 흘려 파산을 이끌어낸 행위는 오늘날은 물론 과거의 기준에서도 불법이 분명하다.
△정보 독점이 법에 걸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19세기 유럽의 어느 왕가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의 치부는 정보 덕분이다. 나폴레옹의 최후를 결정한 워털루 전투의 결말을 남들보다 앞서 입수, 떼돈을 긁어모았다. 비둘기와 고속범선을 활용해 군용정보망보다 이틀 앞서 승리를 확인한 그들은 역정보를 흘려 막대한 돈을 모았다. 유럽의 모든 왕실이 급전을 구했던 로스차일드 가문의 돈은 여기서 나왔다. 정보 독점.
△전신망 보급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무너진 뒤에도 정보 독점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로이터통신을 세운 유대인 베어 요자페트는 전신이 연결되지 않은 전쟁 지역에서 통신용 비둘기를 대량 운용해 '빠르고 정확한 뉴스매체'라는 평가를 받으며 현대 통신사의 지평을 열었다. 동양권에서도 정보전이 승패를 갈랐다. 삼국지의 백미로 꼽히는 적벽대전에 동원된 미인계와 연환계, 고육계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이렇다. 치열한 정보전.
△동서고금을 떠나 정보전의 기본은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이다. 문제는 경쟁 요건이 불공평하다는 점. 비슷하거나 유리한 패를 들었어도 상대에게 읽히면 백전백패다. 신용카드회사를 통해 온 국민의 신용정보가 유출된 사고도 마찬가지다. 언제든 통장의 돈을 빼갈 수 있는 악마가 존재하는 세상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에 다름 아니다. 정보 유출이라는 원시적 범죄는 곧 돈이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게 죄를 물어 마땅하다. /권홍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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