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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전세가 줄어든다

A씨는 며칠 전 아주 우울한 일을 겪었다. 전세 만기가 돌아와 재계약을 하려 하니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대폭 올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며칠간 고민하다가 결국 전세보증금은 그대로 두고 인상분만큼에 해당하는 월세를 내기로 했다. A씨는 졸지에 사글세 인생으로 전락한 것 같아 한동안 우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B씨의 부인은 몸이 약했다. 결혼 후에도 걸핏하면 병원을 제집 드나들 듯 들락거렸다. 평범한 월급쟁이인 B씨에게 병원비는 큰 부담이었다. 결국 전셋집을 사글세로 줄여가면서 그 보증금으로 병원비를 치렀다.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C씨는 그동안 한 채를 전세로 내줬으나 이제 집이 비면 월세로 내줄 생각이다. 전세금을 받아도 월세 이상으로 운용할 만한 고수익 수단도 별로 없고, 또 투자한 돈 까먹을까 봐 마음 졸여가며 골치 썩이기도 싫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제 부동산 보유세가 크게 오른다고 하니 월세에 이를 나눠 넣을 생각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전세가 줄어들고 있다. 세입자는 스스로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어서, 집 주인은 월세를 선호해 전세가 줄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전세는 예비중산층 혹은 중산층의 상징이었다. 사글세를 사는 사람들의 첫번째 꿈은 열심히 돈을 벌어 전세로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세 진입에 성공하면 이를 바탕으로 내집 마련의 꿈을 키워갔다. 그러나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에서 이뤄졌던 주택 임대차계약 형태 중 40% 이상이 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증가속도도 빠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전세’라는 개념이 거의 없다. 대부분 우리의 월세에 해당하는 ‘월 렌트비’를 낸다. 결국 대한민국의 주택임대 형태가 급속히 선진고도화(?)하고 있는 셈이다. 월세로 사는 사람이 집을 산다는 것은 전세로 사는 사람의 경우보다 훨씬 어렵다. 즉 전세가 사라진다는 것은 결국 우리 국민들을 확실하게 두 부류로 나눈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도 집이 있고 앞으로도 있을 계층과 지금도 집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계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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