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 존재감을 형성하는 양감에 대한 의미가 달라지면서 조각에 대한 전통적 관념이 달라졌다. 29일까지 관훈동 모란갤러리서 열리고 있는 조각가 김세일의 개인전에는 철사를 꼬아 만든 비정형 조각들이 넘실대고 있다. 구리,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들어졌으나 물질감이 박탈된 하늘거리는 망 구조는 안과 밖이 시각적으로 소통하는 탈경계의 미학을 보여준다. 집채만한 크기지만 실상은 가벼운 그의 작품들은 무한 증식하는 나무의 뿌리를 연상케 한다. 여기다 빛에 의해 만들어진 그림자는 조형물 자체의 희박한 실재감에 비해 그 존재가 더 두드려져 실체와 허상의 역전 현상까지 이끌어 낸다. 근작에서 작가는 수제비처럼 얇게 빚어 만든 지점토 조각, 인형 등을 철선 구조물과 함께 엮어 놓아 흡사 허공에 매달려 있는 고치 같은 느낌을 풍긴다.(02)737-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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