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과 관련, “미국이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구축 계획을 재고할 때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러시아의 반발에도 유럽에 MD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를 재검토해야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 19일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하기 직전 “러시아의 핵전력을 오히려 강화하겠다”고 밝히며 핵무기와 관련해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미하일 마르겔로프 상원 외교위원장도 “미국과의 핵감축 논의는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일”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9일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냉전시대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연설을 갖고 러시아에 보유 핵무기의 3분의 1정도를 추가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현재 각각 1,654개와 1,480개의 전략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지난 2010년에 전략무기감축협정을 체결해 2018년까지 핵탄두를 1,550개 이하로 줄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의 의중과는 달리 향후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감축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는 “미국과 러시아가 MD 체제와 관련해 공통분모를 찾기 전까지 미국과의 핵무기 감축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19일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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