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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의 세상스케치] 법적 관점에서 본 선거의 양날 ‘검증’과 ‘네거티브’

전지현 변호사

6. 4. 지방선거일이 다가온다. 선거열기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각 후보들은 마지막 총력전을 펼치고, 언론은 연일 주요 지역의 승패를 전망하면서 후보들의 행보와 지지율 등락 등을 보도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박원순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대결하고 있다.최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친환경 무상급식에서 농약이 검출되었다는 정몽준 후보의 공세와 관련하여 “흑색선거와 근거없는 비방에 대해서는 언론이 확인을 해주실 것이고 진실은 백일하에 드러나게 돼있다. 네거티브에 네거티브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대응했다.언론 기사 가운데 선거철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아름답지 않은 기사 제목이 있다. ‘00후보 네거티브 논란’, ‘네거티브 공방전’, ‘네거티브 고소·고발전’ 등의 ‘네거티브’논란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네거티브’란 무엇인지? ‘네거티브’에 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마타도어’나 ‘검증’에 관한 비교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선거에 있어 ‘검증’이란 후보자가 해당 공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때의 확인은 후보자의 눈에 보이는 경력, 능력 뿐만 아니라 가치관이나 도덕성까지 포괄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에 비해 ‘마타도어’란 근거없는 사실을 가지고 상대 후보를 중상모략하는 흑색선전을 말한다. 이는 스페인어 마따도로(Matador)에서 유래한 것이다. 투우 경기에서 마지막에 등장해 소에게 일격을 가하는 투우사다. 마따도르(Marador)는 예기치 않게 등장하여 한껏 지쳐있는 소의 머리에 숨겨놓은 칼을 꽂는다고 하는데, 한 번도 투우 경기를 보지 못한 필자로서는 그저 상상만 해볼 뿐이다. 마지막으로 ‘네거티브’는 ‘마타도어’와는 다른 개념이다. ‘마타도어’가 근거없는 사실을 가지고 상대방을 중상 모략하는 것이라면 ‘네거티브’는 사실을 근거로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마타도어’가 허용될 수 없다는 점은 굳이 강조할 필요 없을 듯하다. ‘네거티브’는 경우에 따라 달리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구체적 사실에 근거한 상대방의 약점이 상대 후보의 공직 적합도를 검증하는 요소가 된다면, 이 때의 네거티브는 제한적으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검증’과 무관하게 상대를 깎아내리기 위한 수단에 그치는 것이라면 이는 인신공격에 불과하다.

상대방에 대한 무분별한 약점 공략은 형사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는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 등에 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후보자비방죄는 ‘당선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 등을 비방한 경우’에 각 성립한다. 허위사실공표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의 3천만원 이하의 벌금, 후보자비방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각 처한다.

그러나 후보자비방죄는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예외가 있다.



정리하자면 근거도 없이 허위 사실을 적시하는 ‘마타도어’나 검증이라는 공익적 목적 없이 단순히 경쟁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한 ‘네거티브’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또는 후보자비방죄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지방자치단체 선거의 경우 공직선거법이 규정하는 선거운동 기간은 2주 남짓이다. 후보자가 유권자들을 향해 본인이 얼마나 공직 적합성이 있는지를 충분히 알리기에는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마음이 급한 후보자들은 때때로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함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유권자의 표심을 빼앗아오려고 애쓰곤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기본원리는 헌법이 정하는 법치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이다. 지역민심을 대표함으로써 지방자치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후보자라면 무엇보다 법을 지키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그것이 예비 공직자로서의 자세이자 국민과 유권자에 대한 기본 예의일 것이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한다.

며칠 남지 않은 기간, 이번에 나선 모든 후보자들이 한 송이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선거에 임해주기를 바란다.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선거문화를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 기대해 본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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