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의 바다로 변해버린 지난 25일 단원고 2학년 생존 학생들의 등굣길. 기다리던 선생님과 부모들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흐느끼기만 했던 73명 어린 학생들의 손에 노란색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리멈베(REMEMBER) 20140416’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생존학생들의 애절한 호소였다.
이 팔찌가 생존 학생들에게 전달된 것은 이달 초. ‘REMEMBER 20140416’ 팔찌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은 단원고 2학년 학생들과 부모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싶다’며 제작업체에 배송을 요청했고 해당 업체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리멤버 20140416 기억 팔찌’ 캠페인이 시작된 것은 지난달 초. 한 성공회 신부가 기억팔찌 제악을 클라우드펀딩업체인 오마이컴퍼니에 제안하면서부터였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사고를 잊지 않는 게 살아있는 우리들의 임무라는 게 이 신부의 뜻이었다.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목표는 소박했다. 한 사람에게 최소 1만원씩 1,000만원을 기부받아 팔찌 2만 개를 만들고 이를 무료로 나눠주자는 것. 홍보라고 해 봐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망을 통해 캠페인을 알리는 게 고작이었다. 그럼에도 참여신청이 쏟아졌다. 순식간에 목표액의 두 배인 2,000만원이 모였고 팔찌도 3만5,000개로 뛰었다. 주최 측도 예상 못한 반응이었다.
누가 거액을 내놓은 것도 아니었다. 주부, 직장인 등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일반인이 전부였다. 특히 희생된 단원고 2학년 학생들과 비슷한 또래인 중고등학생들과 이들을 자식으로 둔 주부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이것은 기부가 아니다. 우리 스스로 손목에 걸고 하는 약속이다”는 한 블로거의 설명이 이를 대변해 준다. 그만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상흔과 분노가 컸다는 의미일 터다.
‘REMEMBER 20140416 팔찌 캠페인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펀딩으로 모은 금액이 아직 남았기 때문이다. 오마이컴퍼니 관계자는 “펀딩 자금은 모두 팔찌 만드는 데 쓰자는 게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부터 가져온 원칙”이라며 “앞으로 2만개는 더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미디어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