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제한적 지상군 사용' 카드를 꺼냄에 따라 향후 지상전 시나리오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IS를 상대로 앞으로 3년간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 무력사용권(AUMF) 승인을 의회에 요청했다. AUMF 요청은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을 위해 요청한 후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AUMF에 대해 설명하며 "미국이 또다시 장기 지상전에 휘말리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제한적 상황에 한해 지상전을 수행할 수 있는 유연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상군 병력 투입의 예로 △인질구출 작전 △IS 수뇌부 무력화 작전 △IS 관련 정보수집 등을 제시했다. 무력사용권이 승인을 얻는다면 실제 활동도 현지 병력이 수행 불가능한 이들 작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장기전에 빠져들지 않기 위한 포석 중 하나로도 읽힌다. 지상군 전면투입을 배제한 상황에서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된 공습에도 IS의 세력이 꺾이지 않는 사정을 고려한 타협으로 보인다.
우선 IS에 잡힌 자국 및 동맹국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합동특수전사령부(JSOC) 소속 델타포스나 해군의 데브그루(DevGru), 정보지원대(ISA) 등에 소속된 요원들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투입될 지역은 IS의 근거지로 알려진 시리아 동부 락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작전은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델타포스 요원들이 지난해 7월 제임스 폴리, 스티븐 소톨로프 등 미국인 인질 구출 작전을 위해 투입됐으나 부대원이 도착하기도 전에 IS가 인질들을 데리고 사라지면서 실패한 바 있다. 지난달 초에도 미군과 요르단 특수부대가 요르단 공군 조종사 모아즈 알카사스베 구출 작전을 감행했으나 IS의 거센 저항으로 실패했다. 이들 인질은 이후 모두 IS에 살해됐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인질 위치 등에 대한 확실한 정보가 구출작전의 성패를 좌우하지만 미국에 확보한 정보가 없는 듯했다"고 지적했다.
또 IS 지도부를 대상으로 한 체포·사살 작전 역시 은신처로 유력한 곳을 무인기를 이용해 공습하는 동시에 특수부대원들이 진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작전에는 특수부대원 가운데도 최고 기량을 갖춘 JSOC가 투입될 것으로 미 언론들은 내다봤다. 작전과정에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로부터 정보를 받을 수도 있고 이미 자국민을 IS에 잃으면서 여론이 격앙된 요르단 특수부대원이 투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IS가 수시로 지도부의 위치를 옮기는데다 미군 측이 확보한 정보도 제한돼 있고 저항도 거세 이들 작전 모두 극도로 어려운 일이다.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이미 시리아로 도피했으며 지도부에 대한 경비도 삼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反)IS세력에 대한 군사훈련 지원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IS가 장악한 시리아의 코바니를 쿠르드족이 탈환할 수 있었던 것은 미 육군특전단(그린베레)의 훈련지원으로 이들의 작전능력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제한적인 지상전을 선택했지만 효과가 없을 경우 전면적인 지상군 투입 압박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제한적 지상군 투입에 대해 민주·공화 양당 모두 부정적 반응을 내놓았다. 공화당은 무력사용권에 제약이 많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전면 지상전 확전을 제어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오는 4월로 예정된 이라크 정부군의 모술 탈환작전에 맞춘 대규모 지상군 투입 관측이 있어 민주당 일각에서는 무력사용권 요청에 지상군 투입을 제한할 방안이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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