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경기침체로 화랑가가 냉랭함에도 불구하고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비자금 사건 등으로 미술품이 쏟아져 나와 올 여름 미술품 경매시장이 후끈하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이번 경매에는 추정가(감정가) 11억~20억에 달하는 수작들이 대거 출품된다.
국내 미술품 경매회사들은 계절별로 1년에 4차례 메이저 경매를 여는데 여름을 맞아 K옥션이 오는 20일, 서울옥션은 27일에 각각 경매를 실시한다. K옥션은 총 148점에 추정가 총액 82억원, 서울옥션은 총 180점에 추정가 총액 100억원 이상의 작품을 내놓는다.
생존작가 중 전세계 경매에서의 낙찰총액이 가장 많은 작가로 지난해 한해만 1억7,567만달러(265점) 어치가 낙찰된 독일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1981년작 '추상화(Abstraktes Bild)'가 K옥션 경매에 출품된다. 추정가는 11억~15억원. 특히 지난해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시작해 베를린을 거쳐 파리 퐁피두센터로 이어진 대규모 회고전으로 리히터의 작품 가격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이번 출품작과 비슷한 추상화가 지난 2006년 K옥션에서 5억6,000만원에 낙찰된 것과 비교하면 2~3배 가량 가격이 올랐다.
세계적인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 PPR그룹 회장이 소장했던 이력을 가진 앤디 워홀의 작품 '플라워'도 K옥션 경매에 나왔다. 미술작품의 가격은 누가 소장했으며 어떤 전시에 소개됐는지에 따라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데, 이 작품은 1965년 필라델피아현대미술관 전시에 출품됐었으며 워홀의 카탈로그 레조네(전작도록)에 1561번 작품으로 등록돼 있어 진위를 의심할 필요도 없는 수작이다. 워홀의 '꽃' 시리즈는 색상ㆍ크기가 다양한데 이 작품은 흑백 풀숲에 빨간색 꽃 4점이 담긴 것으로 추정가는 11억~14억원이다.
근대화가 박수근의 고가 작품들은 서울옥션에서 만날 수 있다. 서민의 삶을 주제로 한 박수근의 화풍이 잘 드러나는 그림 '아이를 업은 소녀와 아이들'은 추정가가 15억원대다. 인물이 화면을 가득 채운 게 특징인 작품이다. 박수근의 1960년대작 '줄넘기하는 아이들'은 상단에는 공놀이, 하단에는 줄넘기를 하는 아이들이 그려져 있으며 추정가는 7억~11억원이다.
또한 서울옥션은 현재 세계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한국작가인 이우환의 시기별 모든 시리즈 작품을 선보인다. 컬렉터들의 수요를 반영한 것으로 1970년대 '선으로부터''점으로부터' 시리즈와 이후의 '바람''조응'시리즈 등을 비롯해 경매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설치작품 '관계항'(추정가 1억5,000만~2억원)도 출품했다. 지난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는 이우환의 작품이 142만6,500달러(약 16억3,000만원)에 낙찰됐었다.
이번 경매의 최고가 출품작은 초현실주의 화가 마르크 샤갈의 몽환적인 색채가 돋보이는 작품 '부케'로 추정가는 18억~20억원이다.
서울옥션 124회 메인 경매에 앞서 같은 날(27일) 오후 4시부터는 저축은행을 비롯한 기업들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 60여점으로 구성된 '기업 소장품 경매'가 함께 열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