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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업자와 TV 제조사 사이에 망(網) 이용대가(네트워크 이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시스템) 논쟁이 일고 있다. 통신사업자는 스마트TV 앱이 인터넷TV(IPTV)에 비해 5배의 트래픽을 유발하며 스마트TV 제조사의 앱 탑재는 사실상 방송편성 행위이므로 방송규제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찬반 입장을 들어본다. ● 김도훈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스마트 인프라와 생태계 중요
감독 강화로 사용자 보호 필요 맥킨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은 지난 6년 동안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11%나 기여했다고 한다. 인터넷을 직ㆍ간접적으로 활용하는 혁신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을 준다. 지금까지 인터넷이 사회ㆍ경제 발전의 엔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면 향후 10년 동안은 스마트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 생태계가 이런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열풍은 우리나라 피처폰산업을 흔들었지만 스마트폰ㆍ태블릿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도 됐다. 이제 기술ㆍ환경 변화에 적응해 새로운 판을 짜기 시작한 정보ㆍ통신ㆍ미디어산업은 스마트TV라는 소재를 잘 활용해야 할 시점에 있다. 우리가 스마트TV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는지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마트TV를 단지 디바이스만으로 본다면 과거 아이폰을 좀더 나은 PDA폰으로 봤던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앱스토어 없는 아이폰을 생각할 수 없듯이 스마트TV도 콘텐츠뿐만 아니라 홈네트워크, N-스크린, 클라우드 등의 인프라 없이는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스마트TV는 스마트TV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를 말하며 이 생태계는 콘텐츠ㆍ서비스ㆍ운영체계(OS)ㆍ인프라 등 여러 요소와 기능들을 필요로 하는 복잡계이기 때문이다. 이 생태계가 사회ㆍ경제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업계와 정책당국이 원하는 바다. 그런데 자연생태계가 무(無)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하지 않는 것과 같이 산업생태계가 태동하고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몇 가지 기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스마트TV와 N-스크린 및 클라우드의 트래픽 처리를 위해서는 네트워크 자원이 필요하다. 지금 추세라면 오는 2020년까지 현재보다 100배 빠른 초고속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보고 있다. 문제는 투자재원인데, 사용자로부터 이를 조달하는 것은 현실적인 한계를 가진다. 따라서 부족한 부분은 생태계 참여자들이 담당해야 할 몫일 것이다. 생태계적 해법은 간단하다. 생태계 성장ㆍ발전의 기여도에 따라 수익이 배분되는 방식을 개발하는 것이다. 생태계 회계에 따라 인프라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평가되면 콘텐츠뿐만 아니라 디바이스 제조업체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런 방식이 개발되고 적용되기까지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을 것이다. 애플의 3:7 배분기준이 정착되는 과정과 그것이 생태계 성장에서 한 역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배분방식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는 것이 더 힘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동차가 무선인터넷 접속장치(AP)로 기능하는 텔레매틱스 시대가 와도 현재와 같이 스마트TV의 망(網) 이용대가 체계가 없는 방식을 고수할 수 있을까. 망 이용대가에 대한 기존의 집착을 버리고 전향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스마트TV 생태계의 숨은 공신이 될 수 있다. 최근 들어 글로벌하게 수렴되고 있는 망 중립성 개념에서도 망 이용대가의 새로운 접근법은 '망 중립성 논의를 개입시킬 필요 없이' 네트워크 자원의 투명한 운영과 공정경쟁 차원에서 다룰 수 있다. 망 중립성에 대한 소모적 논의보다는 생태계를 관리ㆍ감독해 사용자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스마트시대 정책당국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스마트 생태계가 사회ㆍ경제 발전의 동력이 될 것이지만 인터넷을 비롯한 네트워크의 역할이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인프라는 영화 '아바타'에서 '영혼의 나무'처럼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나무는 공짜가 아니며 불멸의 존재는 더더욱 아니다. 생태계 참여자들은 스스로를 위해서도 영혼의 나무를 가꾸고 키울 책임이 있다. ● 박재천 인하대 대학원 교수
스마트TV 성공 가능성 가장 높아
글로벌 경쟁력 배양 초점 맞춰야 정보기술(IT) 한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휴대폰ㆍTV 등 대표적 IT 상품들이 세계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주요 요인은 스마트시대의 도래라고 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잘 나가던 상품들이 변해버린 소비자의 소비욕구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발매한 후 세계 1위였던 노키아가 휘청대는 것을 직시하고 있는 우리나라 IT기업들은 위기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이 콘텐츠ㆍ운영체계(OS)ㆍ단말기가 복합된 플랫폼에 있어 하드웨어를 자랑하던 우리 IT기업들이 생소한 생존게임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우리나라 기업들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뒤늦었지만 스마트폰에서도 일정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더 큰 성공을 위해 스스로 변화하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 IT기업들이 스마트시대의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시장 가운데 하나가 스마트TV다. TV시장은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의 1ㆍ2위를 차지하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발 빠르게 대응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애플의 성공은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한 데서 기인한다. 애플은 이동통신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이같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은 기존 질서의 파괴를 수반한다. 스티브 잡스가 타임지의 표지 모델을 장식했을 때의 논평은 '이동통신시장에서 기존의 역학관계를 뛰어넘는 혁신적 창조성을 높이 산다'는 것이었다. 스마트TV의 등장과 관련해 '정책이 부재하다'거나 '규제해야 한다'는 등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일면 자연스러운 비즈니스적 갈등이라고 생각된다. 소비자 구매욕구의 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과거를 부정하고 변화에 적응한다는 자세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적극적 도전정신 없이는 성공을 자신할 수 없다. 스마트TV는 상품 사이클로 볼 때 도입기에 진입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동안 소비자와 교류하면서 관련 비즈니스 모델은 계속 변화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기업들은 기술혁신과 시장 테스트의 속도를 강화해야 한다. 누구도 미래를 단언하지 못하는 경쟁에 노출돼 있다. 소비자에 어필하는 구체적인 상품의 모양이 결정될 때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도 계속될 것이다. 두 가지 점에서 현재 진행되는 규제적 논란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논란의 대상이 되는 미래의 스마트TV 비즈니스 모델의 명확한 그림이 아직 그려지지 않고 있다. 둘째,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적합한 새로운 규제의 그림이 없는 상태에서 기존 규제의 틀 안에서의 진행되는 논란은 방향성을 잃을 염려가 있다. 우리가 불확실성과 함께 항해하고 있는 스마트시대가 정착되는 날, 우리의 논의는 기존의 틀과 가치의 보존이 아니라 새롭게 주어지는 틀과 가치를 도입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규제의 문제도 이런 변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지금 제기되고 있는 규제의 형평성 및 트래픽 폭증에 따른 비용분담 등의 논란은 조금 이른 것 같다. IT산업에서의 교훈은 변화의 물결에 적응해야 하며 기존 질서에 안주하면 실패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환경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시장환경과 소비자의 욕구에 도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노키아처럼 되지 않고 애플이나 구글처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회사로 거듭나려면 필수적으로 뚫고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기업이 스마트TV시장에서도 1등으로 살아남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대의 우리 논의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존과 경쟁력 배양에 우선적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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