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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재즈·로큰롤, 예술사에 가장 위대한 변화 이끌었다"

■ 전복과 반전의 순간 (강헌 지음, 돌베개 펴냄)

인류 음악사 속에서 시대·지역·장르 넘나들며 특별한 역사적 장면 담아

1960년말 한국 통기타 문화도 고찰

베토벤·모차르트는 자신에 도취… 정신 못 차린 '자뻑 환자' 진단도

로큰롤의 대명사 엘비스 프레슬리.

재즈의 세계화를 태동시킨 루이 암스트롱.

한국의 통기타 붐을 주도했던 양희은.

고리타분한 클래식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1917년. 미국 남부의 작은 항구 도시인 뉴올리언스에서 음반 하나가 발표된다. 음반의 주인공은 오리지널 딕시랜드 재즈밴드라는 연주자들. 이들이 발표한 이 음반은 재즈 역사의 출발점으로 간주된다. 당시 하층계급인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문화였던 재즈는 루이 암스트롱이라는 스타 뮤지션을 통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미국만의 문화가 아닌 전세계적인 문화가 된다. 30년 가까이 전성기를 누렸던 재즈는 그러나 재즈뮤지션들의 생각이 많아지면서 어려워졌고, 결국 대중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재즈를 대신해 1950년대 중반에 미국에서 등장한 로큰롤은 재즈의 자리를 대체한다. 음악의 한 장르인 재즈와 로큰롤의 역사를 간단히 설명한 것이다.

'전복과 반전의 순간'은 단순히 이들의 역사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책을 통해 기나긴 인류의 음악사 속에서 시대와 지역, 장르를 넘나들며 특별한 역사적 장면을 주목한다.

단선적으로 음악사만을 파고들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재즈 역사가 시작된 1917년은 러시아혁명이 일어나서 로마노프왕조가 붕괴되고 레닌이 이끄는 볼셰비키가 공산주의 정부를 세운 해이며,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인 이광수의 '무정'이 출간된 해라는 점을 언급한다.

저자는 이처럼 같은 시간 속에 발생한 다양한 역사적 장면들을 펼쳐 보이며, 독자들이 다층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은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마이너리티의 예술 선언'이라는 제목 아래 20세기 초중반을 뒤흔든 재즈와 로큰롤에 대해, 2장은 '청년문화의 바람이 불어오다'라는 제목 아래 한국에서 싹 트고 자란 통기타 음악과 그룹 사운드에 대해 설명한다.

이어 '클래식 속의 안티 클래식'이라는 제목을 단 3장에서는 시간을 거슬러 프랑스혁명 전후 비엔나를 중심으로 활약했던 모차르트와 베토벤에 대해, 4장은 '두 개의 음모'라는 제목으로 일제강점기 직전부터 해방 이후까지 한국 사회를 강타했던 음악인 '사의 찬미'와, '목포의 눈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가 재즈와 로큰롤로 책을 시작한 데는 둘 모두 인류 예술사에 미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재즈와 로큰롤은)우리 인류 문화사에서 프랑스 대혁명에 비견될 만큼 굉장히 중요한, 어쩌면 인류 예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변화를 이끈 대전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평가하는 이유는 뭘까. 재즈는 노예의 후손인 하층계급 아프리칸 아메리칸이, 로큰롤은 한 번도 독자적인 자기만의 문화를 갖지 못했던 10대들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문화적 권력을 장악한 혁명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뉴올리언스의 깡촌 음악이었던 재즈를 점점 흑인들의 문화에서 백인들에게, 나아가 전 세계인들에게 알린 공헌자는 루이 암스트롱이다.

1900년 미국독립기념일인 7월 4일 태어난 루이 암스트롱의 성공 요인은 독특한 목소리, 트럼펫을 플루트를 가지고 노는 것처럼 연주하는 실력, 유머 감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여기까지는 대부분 아는 사실이다. 저자는 루이 암스트롱이 당시 인종차별이 심했던 상황에서 백인들로부터도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언급한다. "루이 암스트롱은 1960년대 인종차별 반대 투쟁이 뜨거웠지만 단 한 번도 백인 지배의 사회 질서에 대해 정면으로 맞선 적이 없다."

재즈 이후 전복의 역사를 쓴 로큰롤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 최강국이 된 미국의 교육에 불만을 가진 10대들이 문화적 탈출구를 찾으면서 확산된다. 엘비스와 같은 걸출한 스타가 탄생하긴 했지만, 흑인 은어로 남녀 간의 성교를 의미하는 로큰롤은 기성 세대의 주류 백인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음악 장르였다.

재즈부터 로큰롤까지 살펴본 저자는 1960년대 말 대한민국으로 시선을 돌린다. 당시 대한민국의 대학 캠퍼스에서는 미국과 달리 통기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통기타 음악은 순식간에 주류 음악 시장을 점령했고, 양희은, 김민기, 트윈폴리오에 이르는 스타들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박정희 군부 정권이 이 청년문화를 문화적 적대자로 규정하면서 통기타 문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미국과 국내의 음악사를 살펴본 저자는 서양 음악사 안에서 일어난 전복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베토벤과 모차르트가 활약했던 유럽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저자는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공통점을 자신에게 도취돼 정신을 못 차린 '자뻑 환자'라고 진단하면서도 이 두 사람이 인류 음악사상 가장 거대한 전복의 드라마를 기술한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모차르트에 이르러 음악은 더 이상 소리의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자유를 향한 감정의 다채로운 표현으로 승화됐고, 베토벤 역시 그의 스승 하이든과 음악 선배인 모차르트와는 다른 음악적 성과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밖에 저자는 한국 역사상 최초로 서양음악을 전공한 소프라노 윤심덕이 부른 '사의 찬미', 트로트 혹은 뽕짝이라고 부른 장르가 한국 대중 음악사상 최초의 메인스트림 장르로 자리잡게 만든 '목포의 눈물'에 대한 이야기도 놓치지 않는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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