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는 방만경영에 따른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꼼수다. 상습 정체구간에 대한 요금인하 등 서비스 개선은 등한시한 채 돈독만 오른 게다. 20.8㎞ 구간 유료화를 검토 중인 경인선은 1969년 개통 이후 2012년까지 거둔 순이익만 6,000억원에 이른다. 개통 30년을 훌쩍 넘겨 전 구간을 무료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서울외곽순환 63.6㎞의 경우 요금소를 많이 설치하기 어려운 입지여건 때문에 무료로 운영되고 있는데 하이패스와 차량번호 영상인식기술을 결합한 스마트톨링시스템이 2년 내 개발되므로 그때쯤 유료화했으면 하는 게 공사 측 바람이다. 그렇게 좋은 시스템이라면 기존 톨게이트에 적용해 운영비를 절감한다는 청사진도 내놓아야 한다.
도로공사의 부채는 26조원으로 공공기관 가운데 여섯 번째로 많다. 그런데도 억대 연봉자가 218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5%나 된다. 노사 간 이면 합의, 부당한 예산집행 등의 방법으로 임금·복리비를 헤프게 써온 결과다. 퇴직자들에게도 인쇄물품, 휴게소 5곳과 주유소 2곳의 운영을 몰아주고 전체 톨게이트 335곳 중 260곳의 운영권을 수의계약으로 나눠줬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도로공사는 요금인상을 주장하기에 앞서 허리띠부터 졸라매야 한다. 앞으로 10년은 더 간다는 주요 고속도로의 체증 현실에서도 통행료 인상을 추진하겠다니 염치가 없다. 통행료는 사실상의 간접세에 해당된다. 도로공사는 편법 세금인상 논란에 불을 지피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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