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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금호산업 매각의 정치학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인수 후보자 중 '1원'이라도 더 높은 가격을 써내는 곳이 승자가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논리가 가장 강하게 적용되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기업 M&A 시장이다.

금호산업 매각이 재계는 물론 자본시장의 큰 관심을 받은 것 역시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몸값 때문이었다. 지분구조상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까지 쥘 수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가격은 한층 더 불어났다. 다양한 전략적 투자자(SI) 및 재무적 투자자(FI)가 공공연하게 관심을 드러냈다.

여기에 금호산업 경영권 지분(50%+1주)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강한 인수 의지를 드러낸 것도 흥행 가능성을 높였다. 그룹 재건을 꿈꾸는 대기업 총수와 금호산업 및 아시아나항공을 한 번에 품고자 하는 경쟁 업체 간 가격경쟁이 불을 뿜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매각을 위해 진행한 본입찰 결과는 이 같은 전망을 완전히 비껴갔다. 5곳의 적격예비후보(쇼트리스트) 중 유일하게 본입찰에 참여한 호반건설은 인수희망 가격으로 6,007억원을 써냈다. 기대 이하의 가격제안을 받아든 채권단은 유찰을 결정한 뒤 박 회장과 개별 협상에 돌입하기로 했다. 기업 M&A 거래에서 핵심 요소인 인수후보자 간 가격경쟁은 사실상 배제된 것이다.



경제적 논리가 사라진 자리는 정치적 역학관계로 채워졌다. 금호산업 본입찰에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한 배경에는 금호가 호남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점과 박 회장의 '영향력'이 있다는 게 투자은행(IB)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박 회장과 가까운 박흥석 전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3월 돌연 연임 포기를 선언한 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추대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호반건설의 '교감설'은 일찌감치 제기됐다. 박 회장이 정·관·재계 핵심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힌 것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기업 M&A 시장에서 인수 후보자가 가격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매물의 가치를 시장의 원리로 평가하기 위해서다. 가격을 제시하기에 앞서 인수 후보자가 산업 전망에 대한 통찰력, 경쟁 업체에 관한 정보력, 매도자와의 협상력 등을 총동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금호산업 M&A 정상궤도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고 시장에서도 경제적 논리 외에 다른 역학관계가 존재한다는 현실만을 보여준 채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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