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책] 진화하는 뇌과학 마음을 지배하다

텔레파시 헬멧·브레인넷 등 이용… 생각을 읽어내고 마음으로 대화

아바타·로봇 조정… 꿈속 여행도

경이로운 인간의 정신세계 탐구… 뇌과학이 만들어내는 미래 전망

뇌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컴퓨터로 전송하는 헬멧

"뇌는 하늘보다 넓다. 뇌와 하늘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면 한쪽이 다른 한쪽을 능히 품으리니, 뇌는 하늘뿐만 아니라 당신까지 품을 것이다."

자연과 사랑, 죽음과 영원 등의 주제를 다룬 19세기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은 신경과학 등이 발전하면서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났다. 뇌에 있는 뉴런의 수가 은하수에 있는 별의 수와 비슷하다는 점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우리 태양계가 속한 은하수에는 대략 1,000억개의 별이 존재한다. 이 숫자는 1.4kg에 불과한 인간의 두뇌 속에 들어 있는 뉴런(신경계의 기본 단위 세포)의 수와 비슷하다. 뉴런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마음의 미래'는 미치오 카쿠가 뇌과학과 신경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을 만나 지금까지의 연구동향과 전망을 듣고 특유의 치밀한 정보수집력과 날카로운 분석력을 발휘해 인간의 의식세계에 대해 집중 탐구한 저작이다.

이론물리학자인 저자는 물리학 법칙으로 정신세계의 비밀을 파헤치고, 앞으로 뇌과학 등의 미래를 전망한다. 과학적 지식만을 탐닉하지 않는다. 인문학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정신세계의 비밀이 하나둘 드러나는 것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고찰한다.

뇌량(인간의 좌우 대뇌 사이에 위치해 이들을 연결시켜주는 신경의 집합)이 절단된 어떤 환자는 왼손(우뇌의 지시를 받음)으로 자신의 아내를 끌어안으면서 오른손(좌뇌의 지시)으로는 아내의 얼굴을 내리친다. 아내를 사랑하고 미워하는 감정이 동시에 작용한 것이다. 뇌에 문제가 없었다면 좌뇌와 우뇌 중 어느 한쪽의 지배를 받았겠지만, 뇌량이 절단되면서 두 개의 감정이 발현된 것이다.

실험을 진행한 스페리 박사는 "하나의 뇌 안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정신이 존재할 수 있다. 좌뇌와 우뇌는 그 자체로 의식을 가진 독립적 시스템으로 인지하고, 생각하고, 기억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스페리 박사의 실험 등을 통해 좌뇌와 우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균형이 무너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등을 언급하며 의식을 설명하는 이론을 보여준 후 이와 관련된 기술이 어디에 적용될 수 있을지 주목한다.

저자가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분야는 텔레파시(정신감응)다. 텔레파시는 전 세계 대학에서 중요한 연구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미 최첨단 센서를 이용해 사람의 뇌 속에 떠오른 단어와 영상과 생각을 읽어내는 데 성공했다.

원리는 이렇다. 뇌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컴퓨터로 전송하는 역할을 하는 전용헬멧을 씌운 후 실험자에게 여러 가지 그림을 보여준다. 그림을 본 실험자는 다양한 생각을 떠올리고, 각각의 그림에 대응하는 신호가 사전처럼 컴퓨터에 저장된다. 이런 작업을 거치게 되면 실험자가 떠올린 생각을 컴퓨터가 읽을 수 있게 된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뇌졸중이나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환자들도 거의 정상에 가까운 삶을 누릴 수 있다. 눈을 깜빡이는 행위만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거나 행동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으로 전 세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가능해진다.



듀크대학교의 니코렐리스 박사에 따르면 두뇌와 두뇌를 연결하는 뇌-뇌 인터페이스를 이용하면 마음의 인터넷이라 불리는 브레인넷을 구축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키보드가 아닌 마음으로 메시지를 교환할 수 있고, 번지점프를 하거나 스카이다이빙을 할 때 느끼는 감정을 메일로 보낼 수 있게 된다.

마음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염력도 불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저자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전신이 마비된 환자의 사례를 통해 과학자들이 염력을 현실 세계에서 구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뇌졸중으로 전신 마비가 된 캐시 허친슨의 뇌에 '브레인게이트'라는 칩을 삽입하고, 유선으로 컴퓨터에 연결했다. 두뇌에서 발생한 신호가 컴퓨터를 거쳐 로봇팔로 전달되도록 하는 간단한 시술이었다. 허친슨은 몇 번의 훈련을 거친 후 생각만으로 팔에 장착된 로봇팔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이 발달되면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한 영화 '아바타'에서 봤듯이 생각만으로 자신의 아바타을 조정하고, 우주 여행에 인간이 아닌 로봇을 보내 생각으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일부 윤리학자들이 기억을 인위적으로 지운다는 발상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기억을 선별적으로 지우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실제 네덜란드의 과학자인 메렐 킨트 박사와 그의 연구팀은 교감신경 억제제 중 하나인 '프로프라놀롤'이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우는 기적의 약이 될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뇌과학은 단순히 기억을 지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간에게 초인적인 능력을 심는 것도 가능하게 해 준다. 경두개자기자극술(TMS)을 이용, 뇌 특정 부위의 활동을 둔화시켜 상대적으로 뇌의 다른 부위의 능력을 급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유전자 변형을 통해 인간의 지능과 생명력을 높이고, 망막에 영상을 투영하는 콘택트렌즈를 통해 다른 누군가의 꿈속으로 진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가장 큰 미스터리 두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인간의 정신과 우주"라고 밝힌 만큼, 저자는 외계생명체와 관련된 주제에 대해서도 다룬다. '외계인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지', '외계인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등이 궁금했던 독자들은 어느 정도 지적 호기심을 해갈할 수 있을 것이다.

뇌과학 등이 발전하면 할수록 인간이란 존재는 작아지는 듯 하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원자와 분자 그리고 뉴런에 집합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신세계의 비밀이 드러날수록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했다는 윤리적 비판도 가해진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아는 한 뇌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 중에서 가장 복잡한 물체다. 뇌는 우리가 우주에서 발견한 것 중 가장 경이로운 구조물이며, 그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2만 4,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