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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강대성 행복나래 대표

사회적 기업은 시대 흐름… 나눔없인 지속성장 힘들다<br>최태원 회장 사회적 경제 도전 '행복나래' 통해 결실<br>장애인 고용 등 장점으로 활용땐 일반기업 앞설 수 있어<br>자금조달 쉽게 출자자 세제혜택 등 정책지원 확대해야



"행복나래 역시 불과 2년 전만 해도 대기업 계열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지금은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 교수가 칭찬하고 주목하는 기업이 됐습니다. 경제계ㆍ산업계의 흐름이 이미 함께 살아야 한다는 트렌드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1년 미국에서 일어났던 아큐파이 월스트리트(Occupy Wall Street) 같은 이슈는 일시적인 바람이 아닙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은 이런 의미에서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업 모델입니다."

강대성(55ㆍ사진) 행복나래 대표는 서울 동작구 시흥대로변 행복나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사회적 가치와 이익이 공존할 수 있는 가치라는 점을 역설했다. 강 대표는 "탐스슈즈나 테이블포투 등 성공을 이뤄가는 사회적 기업의 사례는 많다"며 "이는 바뀐 시대의 흐름을 의미하며 동시에 기업들이 '인마이포켓'에만 관심을 기울이면 지속성장이 힘들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탐스슈즈는 소비자가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가 개발도상국에 기부되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으며 테이블포투는 한끼당 20엔을 적립해 후진국에 식량을 지원하는 일본의 사회적 기업이다.

행복나래도 사회적 기업이다. SK그룹 계열사로 유니폼이나 박스ㆍ종이봉투 등 기업들이 사용하는 각종 소모성자재를 구매해 공급하는 MRO기업이다. 동시에 대기업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한 국내 첫 사례다. 2010년 대기업 계열 MRO의 동반성장 요구가 불거지자 최태원 SK 회장이 당시 계열사인 MRO코리아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해 탄생한 기업이 바로 행복나래다. 최 회장이 평소 주장했던 사회적 경제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감행한 일종의 경제적 도전이기도 하다.

행복나래가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되기 직전 대표이사에 취임해 약 2년 동안 회사의 변신과 성장을 지휘했던 이가 강 대표다. 그는 지금 국내에서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가이자 사회적 기업 전도사로 손꼽힌다.

그는 사회적 기업을 비영리단체(NPOㆍNon-Profit Organization)와 기업의 상호보완적 형태로 정의했다. 강 대표는 "2007년부터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생겨 운영됐는데 이전까지 비영리단체는 직접 돈을 벌기보다 기부로 운영됐고 기업은 이익을 창출한 뒤 사회적 가치창출을 위해 이런 NPO에 기부하는 형태였다"며 "기부에 의존하는 NPO와 영리만 추구하는 기업의 절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이 사회공헌을 위해 도입하고 있는 사회적 책임(CSR) 개념과 공유가치 창출(CSV)이라는 개념의 다음 단계가 사회적 기업이 아닌가 한다"고 기업의 사회공헌이 나아갈 방향을 전망했다.

강 대표는 사회적 기업이 활성화되기 위한 핵심 조건이 '기업가정신'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저는 영리기업 출신의 사회적 기업가인데 2007년부터 사회적 기업을 해온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가는 소외계층의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더라"며 "그런데 이를 구현하는 방법을 기부에 의존할 경우 여전히 NPO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도 기업이기 때문에 따뜻한 마음뿐 아니라 직접 돈을 벌어 구성원들을 먹여 살릴 능력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기업가정신이 빨리 접목돼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가 예로 든 것은 자폐증상이 있는 직원을 고용하는 쿠키 제조 사회적 기업 위캔이다. 강 대표는 "위캔 대표인 조진원 수녀님의 경우 수익을 내기 위해 직접 홍보와 마케팅ㆍ영업ㆍ배달까지 한다"며 "이익을 내지 못하고 문을 닫을 경우 45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그렇게 되면 집에서 이들을 보살펴야 하는 보호자까지 경제활동에 나서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적 가치를 해치게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실제 사회적 기업이 일반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더 나아가 "잘나가는 영리기업과 붙어 이긴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강 대표의 생각이다. 장애인 고용도 장점을 살릴 경우 경쟁력이 될 수 있고 사회적 기업이라는 존재 자체가 최신 트렌드인 감성 마케팅과 부합한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최근 방문한 독일의 한 사회적 기업은 촉각이 발달한 시각장애인을 고용해 전립선 암과 유방암을 손으로 진단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며 "이는 일반인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쟁력을 활용해 전문적인 영역을 구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장애인의 삶과 사회적 기업을 엮으면 스토리텔링이 된다"며 "품질이 보장될 경우 이런 장점을 이용해 독자생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사회적 기업의 경쟁력은 행복나래의 지난 2년간 경영성과로 입증할 수 있다. 행복나래는 강 대표 부임 전인 2010년에 영업이익이 약 1억원 수준이었지만 2011년 사회적 기업 전환 선언 이후 매출액은 1,249억원, 경상이익은 12억5,000만원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매출액 1,543억원, 영업이익 19억9,000만원을 달성했다. 그는 "올해는 약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며 "중요한 점은 행복나래가 발생이익을 사회적 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사용하면서 사회적 기업을 돕는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라고 역설했다.

강 대표는 "지난해에는 2011년에 발생한 이익을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위한 펀드 참여와 윤리적 소비 캠페인, 재활용 사회적 기업 지원 등에 사용했다"며 "사회적 기업 전환 선언 이후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사회적 기업 및 약자기업으로부터 약 120억원의 상품을 구매해 이들 기업의 판로를 개척하는 등 사회적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우려 하고 있다"고 회사의 성과와 노력을 소개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대기업 가운데서도 행복나래의 모델을 벤치마킹하려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강 대표는 진정성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한 그룹에서 계열사의 사회적 기업 전환 문제를 상의해오기도 했다"며 "이 경우 '비난을 피하려고 만드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이 가장 큰 도전이기 때문에 실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행복나래 역시 이 같은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6월에 주주사들과 수익을 배당하지 않는 것으로 정관을 아예 바꿨다"며 "주주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도 그룹이 추진하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동참한다는 취지에서 기꺼이 행복나래의 지분수익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앞으로 사회적 경제가 보다 활성화되려면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을 하는 사람들이 자금을 쓰기가 어렵다"며 "SK와 정부가 출자하는 사회적 기업을 위한 모태펀드가 있기는 하지만 이율이 높기 때문에 출자자들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방식 등을 통해 사회적 기업가들이 보다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강 대표는 이와 함께 "현재 사회적 기업은 고용노동부, 사회적 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 마을기업은 안전행정부 등으로 주관부처가 나뉘어 있다"며 "하는 일이 대동소이한 만큼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위해 국무총리실 등으로 업무를 일원화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요즘 판로가 없는 사회적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발굴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행복나래는 국내에서 MRO 관련제품을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 100군데를 모두 살핀 후 실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품질이 갖춰진 55개 거래업체를 선정했다. 강 대표는 "엄선한 55개 업체를 거의 방문했다"고 전했다. 그는 "행복나래는 사회적 기업 생태계에서 꿀벌 같은 존재가 돼야 한다는 짐을 부여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꽃들을 찾아다니며 수분을 해주고 꽃이 필 수 있게 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적인 바람도 있다. 강 대표는 "국내 기업 가운데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사례로 올랐던 기업은 미래에셋이 유일하다"며 "사회적 기업으로서 행복나래가 그곳에서 논의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He is…



▲1958년 광주 ▲1982년 전남대 무역학과 ▲2012년 9월~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과정 ▲1982년 SK그룹 입사 ▲2000년 SK㈜ 소매팀장 상무 ▲2004년 SK에너지 사장실장 상무 ▲2008년 SK네트웍스 영업개발본부장 전무 ▲2003년~ 전경련 산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포럼 회장 ▲2011년 7월~ 행복나래 주식회사 대표이사



■ 소통경영 앞장선 강대표
직원에 편지 보내고… 봉사활동 함께하고…




행복나래 본사 3층에 있는 강대성 대표의 집무실 책꽂이에는 검은 색의 커다란 서류철이 있다. 이 서류묶음은 강 대표가 올 초부터 직원 한명 한명과 따로 만나 나눈 대화를 정리한 기록이다. 강 대표는 "부모님이 아프신 이야기, 분양 후 건설사 부도로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적어놓았다"며 "지금까지 약 40명가량 면담을 했는데 하반기에는 좀 더 소통을 해서 전직원과 따로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직원들과의 소통이다. 강 대표가 생각하는 소통은 단순히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는 차원이 아니다. 강 대표는 소통을 행복나래가 사회적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보고 있다.

강 대표는 "행복나래 초창기 이윤추구를 주목적으로 하던 기업이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마인드 세트(mind set)가 변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강 대표는 "저 나름대로는 사회적 기업을 위해 공부하고 준비했지만 10년 동안 영리기업이었던 터라 직원들의 인식전환은 쉽지 않았다"며 "비전을 찾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면서 지난 2010년도에는 110명 중 30명이 퇴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강 대표가 선택한 방법이 직원들과의 만남이었다. 만남을 통해 사회적 기업에 적합한 사고구조와 조직문화를 구축해나가기 시작했다. 강 대표는 "우선 비전이 필요했다"며 "비전2020을 만들어놓고 직원들과 만나며 토의를 이어나갔다"고 회상했다. 이후에는 아예 열댓명 규모로 나눠 한달에 두 차례씩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하기도 했다. 매달 1일에는 전직원들에게 단체 e메일을 보낸다. 직원들과 다른 사회적 기업을 찾아가 직접 장애인과 생활해보고 봉사활동을 하는 등 회사 바깥에서도 스킨십을 이어갔다.

올 초에는 직원 개개인에게 종이편지를 쓰기도 했다. 직원들에게서 각자 가장 좋아하는 사진을 한 장씩 받아 이를 인쇄한 머그컵을 만들고 거기에 직원 한사람 한사람에게 하고 싶은 조언과 격려 등을 편지로 작성해 함께 선물했다. 강 대표는 "직원들의 마음이 어느새 영리기업 중심의 사고에서 사회적 기업 마인드로 바뀌었더라"라고 말했다.

강 대표 스스로도 행복나래 초창기 최태원 SK 회장의 현장 스킨십 경영에서 많은 힘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강 대표는 "2010년 2월 최 회장이 불쑥 행복나래를 방문했다. 물류센터에 계신 분들과 간담회 자리를 만들고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듣더니 헬스기구를 사서 기증하시며 격려해줬다. 이전까지는 인력이탈 등으로 골치가 아팠는데 최 회장의 방문과 격려가 알려지면서 6월에 신입사원 13명을 모집했더니 380명이 몰렸다"면서 웃었다. 그는 "행복나래라는 회사명도 SK의 행복날개를 응용한 것으로 최 회장이 직접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행복나래 건물 2층에 '수처작주(隨處作主)'라는 글귀를 걸어뒀다. 어디를 가든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의미에서다. 강 대표는 "얼마나 주인의식을 갖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뿐 아니라 즐거움도 뒤따른다"며 "직원들과 함께 TGIF(Thanks God, It's Friday)가 아닌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회사, TGIM(Thanks God, It's Monday)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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