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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해지·구원파 채권회수 착수

채권단 ‘기한이익 상실’ 통보 “대출 당장 갚아야”

7월내 만기 여신 900억원 못 막으면 법정관리 유력

채권단이 ‘유병언 그룹’의 핵심 관계사인 ㈜천해지와 ㈜아해(현 ㈜정석케미칼) 등에 대한 채권 회수에 착수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천해지와 아해에 기한이익 상실을 통보하고 채권 회수 절차에 들어갔다.

기한이익은 여신거래 약정에 근거해 대출 만기까지는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기한이익 상실로 만기 전에 당장 돈을 갚아야 하는 의무가 생긴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대출의 담보로 설정한 부동산이 국세청에 압류당해 기한이익 상실에 해당한다”며 “이들 회사는 당장 대출을 갚아야 한다”고 밝혔다.

천해지와 아해가 산은에 갚아야 할 대출은 349억원과 73억원이다. 기한이익 상실은 은행연합회 신용정보에 등록돼 곧 모든 금융권이 공유한다.

농협은행은 유병언 관계사들에 채무상환 계획서를 요청했다. 계획서를 검토해 상환 가능성이 불투명하면 채권을 회수할 방침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이 채권 추심에 들어가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분위기상 어떤 조치라도 취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 등 다른 채권단도 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하거나 기한이익 상실 통보를 검토 중이다.

외환은행은 이미 유병언 일가의 또 다른 관계사인 온지구에 대한 신용대출을 전액 회수한 바 있다.

아해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에 신용대출이 있는 우리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 여신도 차례로 기한이익이 상실돼 채권 회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은행들은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이들 관계사의 대출 만기 연장 요청을 거절할 명분이 없어 10~20% 상환 조건으로 3개월씩 만기를 연장했다.



그러나 그룹 관계사들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거세진 데다 기한이익 상실로 채권 회수가 가능해진 현재로선 만기 연장이 어렵다는 게 은행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이 법적 절차에 들어간 만큼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대출을 연장해 줄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천해지는 청해진해운의 지분을 39.4% 가진 대주주로,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유 전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변기춘 천해지 대표는 검찰에 구속됐다.

도료 제조·판매업체인 아해는 유 전 회장의 두 아들(대균·혁기씨)이 보유한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지분 44.8%를 갖고 있다.

은행들은 오는 7월까지 유병언 관계사의 은행권 여신 2,800억원 가운데 9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고 금융당국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기간 내 은행들이 잇따라 채권 회수에 나서면 대출 원리금 상환이 연체되고, 채권단이 관리하는 워크아웃이나 법원의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채권단의 70%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 워크아웃이 가결될 가능성은 희박한 만큼 법정관리로 넘어가고, 이후 파산 절차를 밟을 경우 그룹은 사실상 붕괴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병언 일가) 기업으로선 금융권의 돈줄이 막히고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돼 앞으로 어떻게 할지 모색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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