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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바이오 산업, 한국에 거는 기대-미하엘 그룬트 한국머크 대표


사물인터넷(IoT)·바이오기술·고령화는 업계의 대표적인 화두다. 앞으로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무시할 수 없는 요소들이기도 하다. 한국은 2018년이면 노인 인구 비중이 18%에 달해 고령 사회에 돌입하고 이후 이 비중이 21%까지 늘면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인구의 연령 분포가 달라지기 때문에 의료 시장의 수요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여기에 바이오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생명과학 사업은 생물 고유의 기능을 높이거나 개량해 유용한 생물을 만들거나 대량생산하는 21세기 최후의 산업이다. 바이오산업은 한국에 새로운 분야이기는 하지만, 이미 기술과 플랜트 건설에 전문성을 확보한 대기업이 많으며 이러한 역량을 바이오산업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기업은 자동차·기계·전자·디스플레이 등 하이테크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기에 품질에 대한 이해가 깊다. 클린룸처럼 엄격한 고품질이 요구되는 설비를 구축하는 데도 전문성을 갖고 있다. 이는 바이오산업과 유사한 부분이다. 물론 바이오산업의 시장 구조는 제품 출시, 이해관계자, 규제 등의 측면에서 하이테크 산업과 다르다. 전자업계 표준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정해지지만 바이오업계의 표준은 미국의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국(EMA)이 주축이 된다. 전 세계 바이오업계 종사자들은 정해진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을 준수해야 한다.

마인드를 바꾸는 것은 생산뿐만 아니라 협력사와의 관계 등 다른 분야에서도 필요하다. 전자산업의 경우 제조업체가 협력사를 바꾸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바이오산업의 경우 모든 주요 협력사가 신약 제조의 일부가 되며 FDA·EMA 등에 승인 요청을 해야 한다. 제조 과정에 변화가 생기면 평가를 처음부터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협력사를 자주 바꿀 수가 없고 이들을 신뢰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바이오산업은 협력사와의 상호작용이 전자산업보다 더 중요하다. 새로운 업계 풍토에 몸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 과제가 되겠지만 전자 분야에서 성공한 한국이 바이오 분야에서 성공 못할 이유가 없다. 이 밖에도 바이오산업은 매우 복잡한 산업이다. 최종 제품 출시까지 몇 단계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바이오산업은 성장하고 있지만 그 산물인 신약은 마지막 승인 단계를 통과하기가 어렵다. 한국 제약업계가 합성신약에 출시에 초점을 맞춰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바이오에 비해 개발·출시에 걸리는 시간이 짧고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당장 판매할 수 있는 합성신약보다 바이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선결 조건은 조직의 모든 분야가 이 같은 인식을 체화하는 것이다. 한국이 큰 성공을 경험한 전자나 디스플레이 산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한국은 이미 중공업에서 전자산업으로의 이행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제 다시 한 번 마인드를 바꿀 때다. 전자 산업에서 그랬듯, 몇 년 후면 한국이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도 선두주자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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