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스키 모멘트' '그림자금융' 등의 용어를 만든 월가의 유명 투자자 폴 매컬리(57·사진)가 위기에 빠진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에 복귀했다.
외신에 따르면 핌코 측은 27일(현지시간) 과거 이 펀드의 최고위인사였던 매컬리를 수석 분석가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직접 투자에는 참여하지 않고 국제 경제동향 분석과 투자유치 활동에 주력할 예정이다. '월가 채권왕'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와의 불화로 지난 1월 사임한 모하메드 엘에리언 공동창업자의 빈자리를 메우는 셈이다.
핌코는 엘에리언이 떠난 뒤 그로스 CIO를 보좌할 6명의 최고투자책임자보를 임명하며 지도부 쇄신에 매달려왔다. 총 1조9,000억달러에 이르는 자산을 굴리는 핌코는 지난해 글로벌 채권 시장이 약세로 돌아선 이래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핌코의 대표 펀드이자 그로스가 직접 운용하는 핌코 토털리턴펀드만 해도 지난 1년간 총자산 2,370억달러 가운데 550억달러 이상이 빠져나갔다.
핌코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매컬리의 재영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매컬리는 지난 2010년 퇴임 때까지 핌코 투자위원회 멤버 및 단기채권투자책임자로서 명성을 쌓아왔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분석과 논평으로 특히 이름이 높다.
또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 때는 대형 위기의 전조현상으로 시장에 닥치는 갑작스러운 자산붕괴 사태를 일컫는 민스키 모멘트라는 조어를 히트시켰다. 이는 금융위기 연구의 대가였던 하이먼 민스키에게서 따온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고위험 상품을 뜻하는 그림자금융도 매컬리가 창안한 용어다.
조사기관 모닝스타의 에릭 야콥슨 분석가는 "매컬리의 복귀는 핌코의 지도부가 굳건함을 보여주기 위함이며 불안에 떠는 핌코 투자자들도 안심시킬 것"이라고 했다. 매컬리는 예전처럼 매월 거시 경제논평을 작성하며 핌코 투자전략의 밑그림을 그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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