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왕은 진짜 어머니를 가리기 위해 아기를 둘로 나누라는 명을 내렸다. 우리 조상들은 용의자들에게 생쌀을 먹여 씹다 뱉은 쌀에 묻은 침의 양으로 거짓 여부를 가렸다. 거짓말할 때 입에 침이 마른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혜에 속하는 진실 감별은 극히 일부에 그쳤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널리 쓰인 방법은 고문이다. 신성모독이나 역모, 군주를 속이는 기군망상(欺君罔上)에는 가혹한 고문이 가해졌다. 종교적 열망으로 가득했던 스페인과 프랑스의 종교재판소는 고문으로 악명 높았다.
▲인성을 부정하고 파괴하는 고문이 아니라 과학과 지혜로 거짓을 탐지할 수 있다고 믿게 된 시기는 인간의 끝없는 진보가 가능하다고 확신했던 19세기 이후부터다. 이탈리아의 외과의사 출신으로 범죄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롬브로소는 1895년 용의자들의 혈압을 체크해 최초의 거짓말 탐지기를 만들었다. 미국은 1차대전 당시 독일군 포로를 심문하며 거짓말 탐지기의 대량 사용 기록을 세웠다. 지금도 거짓말 탐지기의 최대 사용국으로 꼽히는 미국이 주도하는 거짓말 탐지기의 발전은 눈부실 정도다. 혈압과 맥박과 호흡ㆍ음성ㆍ안색은 물론 뇌파까지 측정하는 최신 기기의 정확도는 95% 이상에 이른다고 한다.
▲문제는 사각이다. 확신범이나 흉악무도한 용의자일수록 거짓말 탐지기의 범주를 벗어나는 경향이 짙고 중요한 오판 케이스도 적지 않다. 법정에서 거짓말 탐지기의 결과가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즘 인기 탤런트 박시후의 스캔들을 둘러싼 거짓말 탐지기 공방이 한창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몰라도 확실한 것은 하나 있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대가가 크다는 사실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의 거짓말은 사회적 비용 증가와 안보 공백을 초래했었다. 거짓은 새로운 거짓뿐 아니라 사회적 낭비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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