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지에는 흑73으로 이어 패를 해소했다. 다른 방책이 도무지 없었던 것이다. 백74로 올라서서 좌하귀 일대는 백의 확정지가 되었다. 흑이 좌변에 마련한 실리는 딱 12집인데 백이 좌하귀에서 챙긴 실리는 30집이 넘는다. 계산에 밝은 박영훈은 백의 절대 우위를 선언했다. 그러나 유창혁은 승부를 단언하지 않고 있었다.
"부분적으로는 백이 성공한 게 사실이야. 하지만 그 전에 흑이 챙겨둔 실리가 많았기 때문에 속단할 수는 없어. 백이 앞섰다고 해도 근소한 차이일 거야."(유창혁)
대선배의 말에 박영훈은 구태여 맞서지 않았다. 그러나 백의 낙승을 믿고 있는 눈치였다.
흑75는 백진의 두께를 줄이겠다는 수. 백78은 이세돌류의 적극적인 공격 전술. 퇴로를 열어주는 척하며 계속해서 추궁하여 승리를 굳힐 태세이다. 백78로 차단 당하자 콩지에는 10분을 생각하더니 79로 손을 돌렸다. 참고도1의 흑1로 젖히면 백6까지의 절충이 예상되는데 흑대마의 탈주로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몸집만 키우기가 싫었을 것이다. 흑79는 약간의 모략을 품고 있다. 이세돌의 백80은 정수. 만약 참고도2의 백1로 받으면 흑은 2로 움직여 12까지로 두어나갈 예정이다. 이 접전은 도리어 백이 부담스럽다. 흑81로 전환하여 전장이 우변으로 옮겨졌다.
"이 공격에서 흑이 어떤 소득을 올리지 못하면 그대로 집부족인데요. 글쎄요. 세돌이형이 워낙 타개에 귀재라서…."(박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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