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는 공공기관장 인선 때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민간 출신을 일정 비율 이상 기용하기로 했다. 지난 5월 이후 농협금융지주ㆍKB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공기업 수장을 관료 출신들이 독식하는 형태가 이어지면서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기준에 기초한 공공기관 인선작업을 추진해 순차적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일부 인선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가는 7월 마지막 주 이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공공기관 수장에 민간 출신들을 대거 발탁하기로 했다”면서 “공공기관 인선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민간 분야 전문가들을 찾고 있고 이들에 대한 인사검증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전 3배수까지 추천 받았던 후보군을 6배수까지 대폭 늘렸는데 청와대 일각에서는 민간 출신 비율이 관료 출신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일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공기업 수장이 모피아(재무관료 출신) 출신으로 채워지고 있는 데 대해 박 대통령이 상당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안다”면서 “‘관치금융’ ‘낙하산 인사’ 등과 같은 말이 다시 나오지 않게 능력과 전문성을 겸비한 민간 출신 수장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의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출신인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출신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등과 같은 사례를 공공기관에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인사위원회의 고위관계자도 “후보군을 3배수만 했더니 공무원이나 관료들이 주로 추천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배수를 넓힌 것은 민간 부문의 CEOㆍ연구원 등 다양한 출신들을 뽑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전했다.
현재 공공기관장 인선은 이 같은 ‘기준 변경’으로 지연되고 있다. 금융공기업의 경우 신용보증기금과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임 절차가 늦어지고 있고 기술보증기금ㆍ자산관리공사ㆍ 예탁결제원ㆍ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공기업 임원 인사도 지체되고 있다.
안택수 신보 이사장의 임기는 17일 만료됐지만 지난달 11일 차기 이사장 선출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 단 한번의 회의를 가진 후 선임절차가 답보 상태다. 정부가 재무부 출신 금융위원회 인사를 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관치금융 논란까지 불거졌다. 한국거래소의 경우 지난달 중순 김봉수 전 이사장이 물러난 뒤 한달 가까이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공공기관장 인선시기 등에 대해 “박 대통령이 휴가를 가는 7월 말 이전에라도 순차적으로 단행될 수 있다”면서 “인사내용을 보면 ‘아, 이래서 늦었구나’ 할 정도로 인선에 공을 들인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공기관별로 인선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정창영 사장 퇴임 1개월 만에 신임 사장 공모절차를 시작하는 등 한동안 중단된 공공기관 사장 선임작업이 재개됐다.
코레일은 18일 임원추천위원회를 열어 사장 공모 심사항목 등을 결정했고 19일 사장 모집공고를 내고 29일까지 11일간 공모를 진행하기로 했다. 임추위는 공모기간이 끝나면 오는 31일 2차 회의를 열어 사장 공모 신청자의 서류를 심사하고 다음달 초 면접을 거쳐 후보군을 선정,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할 예정이다. 한국도로공사도 새 사장 선임을 위해 이달 23일 이사회를 열고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 국토연구원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공모도 29일까지 진행된다. 한국가스공사는 23일 주총을 열어 새 사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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