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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0월 20일] 앞뒤 바뀐 정부의 물가관리 대책
입력2008-10-19 18:13:43
수정
2008.10.19 18:13:43
이재용 기자
정부는 최근 환율급등에 편승한 기업들의 제품가격 인상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수입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등 환율에 민감한 품목에 대해 정부가 집중점검에 나서는 한편 분위기에 편승한 가격 인상 시도에 대해서는 강력 대응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식품 및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당분간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엄포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리라고 보는 시각은 극히 제한적이다. 과거 70년대식 가격 인상 통제로 물가가 잡힐 리도 없는데다 그 실효성을 떠나 앞뒤가 뒤바뀌었다는 지적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원가가 상승해 물가에 반영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를 진정시키려면 먼저 환율부터 안정시키는 것이 순서다. 지금 외환시장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정부는 어설픈 경제정책에다 정책 시행의 타이밍까지 놓쳐 외환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수입식품을 판매하는 대형마트들은 지금과 같이 환율이 널뛰기하는 상황에서는 설령 판매가격을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환율상승을 반영해 제품가격을 올렸다가 자칫 환율이 급락하기라도 하면 가격을 바로 내려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관련 업계에 가격 인상에 대한 엄포를 놓기에 앞서 물가 안정을 위해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부터 분명히 밝히는 게 이치에 맞다.
또 이윤 추구가 목표인 기업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기 전에 정부부터 먼저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정부부처 및 공무원 구조조정, 공기업 개혁 등은 아직도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고통을 분담하는 모범을 보이지 못한 채 기업에만 제품가격을 동결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한다면 명분도 약하고 설득력도 떨어진다.
모든 문제의 해결 과정에는 그에 맞는 순서가 있기 마련이다. 자칫 환율 관리에 실패하고 물가 관리에도 실패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원칙과 순서에 맞는 정부의 대응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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