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끝없는 대화다"(에드워드 H. 카)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가 대두되면서 역사에 대한 해석의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뒤틀리고 삐뚤어진 역사관을 가진 집단이 자기들의 역사가 옳다고 주장하고 강변하는 현대사회에서도 역사적 진실이란 가능할까.
이 책은 미국 역사의 성립을 주요한 사례로 삼아 근ㆍ현대의 역사서술의 특징과 한계, 그에 따른 역사학의 흐름을 정리한 것이다. 저자들은"현대 사회에서 민족주의나 사회를 구성하는 각 집단의 이익을 초월하는 보편적 국사 서술이 가능한가. 일관된 국사를 가르치는 일이 민주주의에 반드시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토대로 서구의 역사 접근법들을 시대적으로 훑어 내린다. 계몽주의 시대에 태어난 과학적 역사접근법부터 시작해 상대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다문화주의를 말하는 20세기까지의 접근법들을 살펴보며 그 유래와 일부 접근법의 실패이유까지 통찰한다.
저자들은 상이한 이해관계를 지닌 집단들이 저마다 자기들의 역사가 옳다고 주장하는 상황 속에서도 모든 지식이나 진리가 부정된 것은 아니며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에 의해 보다 확실한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러시아 고르바초프는 글라스노스트(glasnost)이후 동일한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소련 역사와 서구에서 쓰인 역사를 대조해 본 뒤 생각보다 큰 균열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소련 학자들이 개혁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 때까지 과거 소련의 공식적인 역사를 청소년들에게 가르치지 말도록 금지하고 소련 전국의 고교 역사 시험을 취소했다. 고르바초프는 "학생들에게 거짓말 지식을 시험해봤자 무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었다. 저자들은 여기에 역사의 진실, 권력, 의미 간의 연결이 드러나 있다고 말한다.
"과거를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일어나더라도 정확한 정보를 은폐하는 대가는 크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오래된 속담은 틀린 말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으로 인한 피해는 유달리 크다. 현실과 상대할 기회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보를 줄임으로써 선택의 범위를 제약한다."
저자들은 '역사는 기득권층에 의해 선택되고 저울질된 것'이라는 정치적 시선을 덜어내고 '팩트' 즉 '진실'의 문제로 회귀할 것을 강조한다. 역사라는 것은 인류사회의 발전과 관련된 의미 있는 과거사실들에 대한 인식으로 왜곡하거나 자의적으로 유리하게 해석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1만6,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