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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날아갈 것인가, 떨어질 것인가

홍성균 <신한카드 사장>

“거대한 경제력은 그 자체가 정치적 영향력이다”고 말한 사람은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다. 오늘날 국가간 관계를 이보다 잘 설명해주는 말은 없는 것 같다. 일본이 유엔 상임이사국 자리를 노리고 중국이 세계 공장을 자임하고 나선 근저에는 자국 경제력에 대한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다. 다행히 우리 경제도 눈부신 성장을 했다. 지난 40년간 연평균 7.7%의 성장률을 기록, 세계 10위의 경제규모를 갖게 됐다. 자동차·반도체·휴대전화처럼 첨단제품에서도 제조업의 일인자로 군림해온 일본을 앞지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지금 나는 우리 사회에 대해 두 가지 일을 걱정하고 있다. 하나는 향후에도 경제번영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고, 또 하나는 우리 국민 특유의 근면성과 성취의욕에 기반한 사회적 활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우리 경제가 번영을 계속하려면 적어도 세 가지 조건, 즉 한반도 평화, 세계 자유무역질서, 기술력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는 수출입에 의해 지탱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유로운 국제시장을 전제로 성립돼 있다. 우리의 생산력과 기술력이 높은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너무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일부 있다. 그렇지만 우리 수출품 중 상당수는 선진국은 물론 중국 등 신흥공업국이 대체 생산할 수 있다. 위의 조건 중 하나라도 곤란해지면 수출은 감소하고 국가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국가경제의 장래를 결정짓는 데에는 정신적인 조건이 더 중요한 때가 많다. 정치학자 조지 길더는 부와 빈곤을 물질적 조건이 아닌 정신적 조건으로 규정한다. 빈곤은 현실에 안주해 새로운 비전과 사업의욕을 상실한 상태이다. 반면 부는 명확한 비전과 함께 창의ㆍ근면ㆍ의욕 같은 정신적 원천이 활발히 살아 움직이는 상태이다. 이러한 정신적 원천이 충만해 세상이 변한 예는 지난 60ㆍ70년대 수출입국과 새마을운동 기치 하에 맨손으로 일궈낸 경제개발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자기 본위인 사람들이 많아지고, 또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사회적 활력이 쇠퇴 기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각 부문간ㆍ계층간·집단간 반목과 불신도 크다. 흔히 앙시엥레짐(구체제)의 붕괴라는 시대 흐름 때문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이 일시적인 사회적 격정(激情) 탓이다. 우리 사회의 리더십과 구심력이 약화됐다는 증거다. 경제번영을 계속하고 사회적 활력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내일의 공동사업을 제시하고 추진할 엘리트 집단의 리더십과 창조적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때이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단지 두 길이 있을 뿐이다. 계속 더 높이 날아갈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떨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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