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본, 美 기업·은행 사냥 자원 부국 러시아가 원자재 붐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으로 미국의 기업들을 상대로 인수ㆍ합병(M&A) 사냥에 나섰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 자본으로 미국을 침공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러시아가 올들어 42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자산을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이는 올해 러시아가 체결한 전체 M&A 규모의 5분의1에 해당하는 기록적인 결과다. 특히 천연가스 등 원자재 사업으로 신흥부호 반열에 오른 러시아의 억만장자들이 최근 미국 기업에 대한 M&A를 주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철강ㆍ파이프ㆍ광물ㆍ자동차 등 실물자산에 자금을 쏟아붓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얼마전 미국ㆍ캐나다계 철강업체인 오레건스틸과 입스코는 모스크바 소재의 철강파이프 업체인 에브라즈에 넘어갔다. 에브라즈는 러시아에서 두번째 부자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이다. 구 소련연방 시대에 국영기업이었던 OAO 세베스탈은 지난달 미국 제강업체 에스마크를 13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세베스탈도 러시아 갑부 알렉세이 모르다쇼프가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의 미국 자산 매입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미국이 모기지발 경기침체와 고물가라는 이중고에 묶여있는데다 신용경색으로 타격을 입은 은행들이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자산 가치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는 러시아 뿐만 아니라 준비자금이 충분한 다른 신흥국의 기업들에도 호재가 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몇 년 사이 고도의 산업성장을 이루는 동시에 전 세계 자원수요가 급증에 따른 원자재 수출 호황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이는 중동 산유국들이 유가 급등으로 벌어들인 오일머니를 앞세워 서방시장에 적극 투자한 것과 같다. 러시아 M&A 붐의 최대 수혜자인 러시아 신흥부자들은 기업인수는 물론 개인 요트나 축구단을 소유하는 등 투자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스틸앤해밀턴의 데이비드 고틀라이브 변호사는 “미국 밖에서는 돈이 넘쳐나고, 달러약세로 외국 구매자들이 가격 측면에서도 유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의 투자를 환영하면서도 러시아 기업들의 투명성 결여와 크렘린궁(대통령 관저)과의 유착관계 등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가 미국의 항만ㆍ통신 등 기간산업에 손을 뻗힐 경우 논란이 생길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김승연기자 bl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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