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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그들만의 잔치

증권부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이번 행사는 고객만을 대상으로 비공개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아무 것도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규모 기업설명회(IR)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아시아 에쿼티 포럼 2004’에 앞서 주최측인 UBS증권 관계자는 “언론 출입도 통제하니까 올 필요가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주최측은 만류했지만 기자들은 현장에 나가 행사에 참가한 기관ㆍ외국인투자가들을 붙잡고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혹시라도 IR 중에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해서다. 외국 기관투자가들이 주최하는 대규모 국내 기업설명회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규모가 늘어나면서 이 같은 ‘정보사냥’은 연례화되고 있다. 9월에는 캐피털그룹이 국내 대표 기업들을 따로 불러 ‘그들’만의 대규모 설명회를 개최했었다. 이런 행사를 통해 해외의 ‘큰손’들은 투자 대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직접 만나 회사의 주요 정보를 들을 수 있고 해당 기업들은 해외에 나가지 않고 외국 투자자들에게 회사를 알리는 기회를 갖는다. 물론 주관 증권사는 수수료 수익도 올릴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행사가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정보접근 1순위에서 철저히 배제된다는 것이다. IR 과정에서 나온 내용에 대해 대부분 입을 닫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참가 기업들은 “공정공시제도 때문에 기존에 알려진 내용들을 토대로 프레젠테이션하는 수준에 그친다”면서 “새로운 뉴스가 나오는 일은 절대로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 외국인투자가들이 이미 다 알려진 내용을 재차 확인하기 위해 서울까지 올 리는 만무하다. 이번 UBS증권 주최 IR에 참가한다는 사실을 공정공시로 알린 기업은 40개에 달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들은 IR 내용에 대해 “경영현황 및 실적설명”이라고만 밝혔을 뿐 면담과정에서 나온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단 한개의 기업만이 IR 이후 공정공시를 통해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밝혔을 뿐이다. ‘정보가 곧 돈’인 주식시장에서 거대 자본을 가진 외국투자가들만 정보를 독식하는 ‘불공정 게임’이 계속된다면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은 가속화할 수 없다. 기업들은 해외 IR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정보 갈증’을 풀어줄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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