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강동윤은 일단 실전보의 흑15로 받았다. 22의 자리가 탐나기는 하지만 그곳보다는 흑15가 훨씬 실리적이다. 백으로서는 무조건 16에 젖히고 봐야 한다. 흑17은 양호구의 급소니 역시 무조건 손이 나가는 자리이고…. 여기서 하네 나오키는 잠깐 뜸을 들였다. "설마 안 젖히고 그냥 뻗어둘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한종진) 참고도1의 백1로 우직하게 뻗는 수가 프로의 바둑에 등장할 수 있을까. 절대 있을 수 없을 것 같지만 얼마 전에 청소년 기사의 실전에서 실제로 실험된 일이 있다. 흑이 A에 밀면 백은 또 눈 질끈 감고 B에 뻗어둔다는 구상이다. 행마법 치고는 상당히 굴욕적이지만 하변이 통째로 백의 집이 된다면 나쁘지 않은 바둑이라고 한다. 흑은 A에 밀어주지 않고 흑2에 하나 걸쳐둔 후에 4로 삭감하는 바둑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역시 하네는 백18로 젖혔다. 기합을 중시하는 일본 기사들은 서반에 굴종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이번에는 강동윤이 잠깐 숨을 고르는 눈치였다. 22의 자리에 하나 끊어두는 것이 상식인데 강동윤은 3분을 생각하고 그냥 19에 뻗었다. 계속해서 흑21도 온순하기 짝이 없는 행마인데…. "끊어두는 것이 도리어 이적행위라고 생각한 것이지요."(윤현석) 흑25로 삭감하는 바둑이 되었다. 백26은 정수. 기분을 낸답시고 참고도2의 백1에 씌우는 것은 흑2 이하 8로 얼른 안정하게 되므로 백의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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