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리먼의 망령'에서 벗어났는가. 지난 2008년 9월15일 글로벌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고 간 리먼브러더스 붕괴 2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위기가 끝났다고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 경제가 위기극복 '2년차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리먼 파산 이후 미 경제는 8,140억달러에 달하는 재정투입,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장기 제로금리 정책과 보증을 포함한 수조달러의 천문학적 유동성 지원에 의지해 지난해 이후 기나긴 침체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다 '약발'이 떨어지자 다시 멈칫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미 경제가 다시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것이라는 이른바 '더블딥 공포'가 과장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위기의 진앙지 미국은 리먼 붕괴 2주년을 앞두고 또다시 재정과 통화 정책 모두 부양 모드로 전환해야 할 정도로 힘겨운 처지다. 지난달 27일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잭슨홀 연찬회에서 "더블딥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상황이 더 나빠지면 공격적 부양조치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버냉키 의장이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리먼 붕괴 직전 때의 잭슨홀 연설에서 "필요한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공헌한 뒤 9월부터 금리인하 행진에 돌입한 것과 흡사한 상황인 셈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3일(현지시간) "미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경제회복) 속도를 높여야 한다"며 "다음주 중 새로운 종합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해 부양책 발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경제 난국의 강도가 2년 전과 큰 차이는 있지만 미 경제의 상황은 경기부양 2년차 때 정책효과가 떨어진다는 '2년차 증후군'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2년 동안의 공격적 재정투입에 따른 재정적자 누적은 '더블딥이 발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대규모 실탄을 투입하기가 어려워지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미 경제의 불확실성은 금융시장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지난해 3월부터 폭발적인 랠리를 이어왔으나 올 들어 남유럽 재정위기를 계기로 상승세가 멈칫한 모습이다. 3일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1만447.9포인트로 리먼 파산이 공포된 9월15일의 1만917.5포인트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대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이라는 남유럽 재정위기가 올봄 폭발하면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3일 2.69%로 최근 15개월래 최저 수준(채권값 상승)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리먼 사태가 터진 2008년 말 2.05%까지 떨어진 데 비해서는 회복했다지만 리먼 붕괴 직후인 3.39%보다는 크게 낮은 상태다. 아직까지 글로벌 투자자들이 경기회복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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