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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적자와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해외자금 유입 억제에 나섰던 터키가 이번에는 외국인투자자들의 대거 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터키가 해외 단기자본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내놓은 규제책에 스스로 발목이 잡힌 것이다. 뜻밖의 부작용을 겪고 있는 터키 규제정책의 향배는 시장 안정을 위해 해외 핫머니 유입을 통제하는 신흥국 규제정책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까지 165억달러가 순유입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이스탄불 증권거래소에서 최근 급속도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터키 중앙은행이 해외 단기자본 유입을 억제하고 경상적자를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6.5%로 낮추는 동시에 인플레이션 억제책으로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인상한 이후 벌어진 일이다. 리라화 가치는 곧바로 달러화 대비 급락, 11월 고점에 비해 10% 가량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외국인 이탈로 증시도 폭락했다. 지난 한 해동안 터키 증시에 순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은 21억달러에 달했지만, 12월 한 달 동안에는 4억8,900만달러가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FT는 “인플레이션 억제와 금융시장 안정을 노린 터키 중앙은행의 시도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할 위험이 있다”며 “지준율 인상책 역시 신용 억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스피로 소버린 전략연구소의 니콜라스 스피로 컨설턴트는 “중앙은행이 터키의 경상적자 이슈에 관심을 돌려 놓음으로써 투자자들이 터키의 대외적인 불안정성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의 자금 흐름만으로 터키 증시의 매력이 사라졌다고 하기는 이르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해 증시 급등으로 고평가됐던 주가가 떨어지면서 터키에 투자하기에는 오히려 시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올 여름 터키 총선이 끝나면 투자자들이 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스피로 컨설턴트는 “현재 터키는 신흥국 자본유입 규제의 시험무대가 되고 있다”며 터키텔레콤, 터키항공, 할크뱅크 등 주가를 견인하는 대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하고 총선에 앞서 정부가 새로운 금융대책을 내놓으면 증시는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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